강백호도 생일파티 한다고?… 수백만 원 치 ‘팬심’ 모인다
여느 연예인처럼 만화 속 캐릭터도 생일 기념 카페가 열리는 시대가 왔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생일 파티에 들어가는 예산도 천차만별. 팬심이
한 곳에 모이는 기념 카페에 다녀왔다.
2D 캐릭터 위해 차려진 카페
"예약한 사람만 앉을 수 있어요!" "지금 대기표 받으셨으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합니다!"
시끌벅적한 입장 안내로 골목의 고요함을 깨는 카페가 있었으니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캐릭터 기념 카페. 카페 점원은 줄 선 사람들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며 대기표를 배부했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열린 카페답게 인파의 구성은 다양했다. 중고등학생부터 부모 세대까지 연령대와 성별을 불문한 이들이 차례로 대기표를 받아 갔다. 한 남성에게 이곳을 찾은 까닭을 묻자 "영화를 좋아해 카페에서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기념 메뉴를 맛보러 왔다"고 답했다.
같은 날 인근에선 만화 '슬램덩크’ 캐릭터 '강백호’의 생일을 기념하는 카페도 열렸다. 이곳도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슬램덩크’에 나온 농구 유니폼을 입거나 강백호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패션 포인트를 준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팬들은 가게 바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강백호 일러스트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다.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에 행인들은 한번씩 발길을 멈추고 구경했다. 전 세대를 호령한 '슬램덩크’답게 지나가던 중년 남성은 "강백호다! (외관 일러스트와) 사진이라도 한번 찍고 가자"며 포토 스폿으로 향했다.
강백호 생일 카페는 '스즈메의 문단속’ 카페와 달리 입장권이 있어야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일러스트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간 사람이 많았던 이유다. 주변을 서성이던 손 모(26) 씨는 "취소 표라도 사려 했지만 실패해 카페 외관 일러스트라도 구경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입장권을 얻으려면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선착순 티케팅에 성공해야 하는데 단 '1초’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돈보다는 팬심
기념 카페에서 나눠주는 '전프레(전부에게 프레전트)’도 카페 방문 매력 중 하나다. 전프레는 참석자 모두에게 증정하는 선물이다. 강백호 생일 카페 티케팅에 실패한 20대 김민지 씨는 "기념 카페는 온통 좋아하는 캐릭터로 꾸며져 있을 뿐 아니라, 기념 카페와 협업한 여러 일러스트 작가의 무료 굿즈까지 즐길 수 있어 꼭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념 카페의 규모는 사실상 '전시회’를 방불케 한다. 카페 기획 단계부터 여러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하는데, 그들은 카페를 꾸밀 포스터나 컵 홀더 등 굿즈에 활용될 일러스트를 그린다. 한 기념 카페 주최 관계자는 "2D 캐릭터 기념 카페엔 원작 저작권을 침해하는 원본 일러스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2차 창작을 위한 일러스트 작가들을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일러스트 작가들은 기념 카페 운영에 재능 기부를 하기도 한다. 기념 카페 일러스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작가는 "좋아하는 캐릭터의 생일을 축하하고픈 마음이 커 참여했다"면서 "그림에 대한 값은 따로 받지 않고 카페 입장권과 다른 굿즈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강백호 생일 기념 카페에 삽화로 참여한 핀(활동명)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카페에 그림을 전시하면서 오는 뿌듯함이 크다"며 "금전적 이득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면 기념 카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60만 원부터 수백만 원 선이다. 카페 방문객에게 소정의 입장료를 걷긴 하지만 기획부터 운영까지 사실상 '팬심’으로 이뤄진 자원봉사인 셈이다.
"팬덤 문화와 정령 사상의 만남"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문화를 "우리나라 아이돌 팬덤의 생일 카페 문화와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령 사상’이 만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정령 사상은 일본 아니메(anime) 문화권에서 만화 산업을 이끈 원동력으로 여겨진다. 높은 충성심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사람처럼 영혼이 있는 존재로 믿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러한 문화융합은 팬덤과 창작자 간 선순환 구조의 밑바탕"이라며 "현재는 일본 만화 위주로 나타나지만 장차 국내 만화 산업도 팬덤 문화에 힘입어 이런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까지 점쳐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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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경은 기자
사진제공 핀 쇼박스
사진출처 TheFirstSlamDunk 홈페이지
이경은 기자 ali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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