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거래 합법화하면 환자와 가난한 사람 윈-윈?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면 다양한 종류의 광고 명함이 이곳저곳에 놓여 있다. 길거리에서는 '돈 빌려드립니다'라는 일수명함이 대세이지만 화장실에서는 '비아그라' 관련 명함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루트를 통해 판매되는 비아그라의 진위는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얼마 전까지는 '신장(腎臟, kidney, 콩팥) 구매' 관련 명함이 화장실 곳곳에 붙어있었다. 신장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데다가, 두 개이기에 한 개를 팔아도 살아가는 데는 대체로 지장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이 있다. 이유는 단 하나, 돈 때문이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2000년대 초반에 신장 1개에 2000만원을 호가한다는 설이 있었고, 최근 어느 자료에 따르면 2억원이 넘는다고도 한다.
원빈이 주인공으로 활약한 영화 '아저씨', 멀더와 스컬리로 유명한 'X 파일 시리즈'인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The X-Files: I Want to Believe(2008년)' 모두 장기 밀매매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특히 '아저씨'는 13년 전에 61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무렵부터 공중화장실에서 장기매매 명함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단속 강화 때문인지, 인식의 변화 때문인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이유를 알았다. 장기 매매가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서 '귀신 헬리콥터' 광고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유혹하고 있었다. '귀신 헬리콥터'는 '귀하의 신장을 고가로 구입한다'는 은어다. 여기에서 '귀신'은 '귀하의 신장'의 준말이며 '헬리콥터'(HELICOPTER)는 Heart(심장), Liver(간), Cornea(각막), Pancreas(췌장), Tendon(힘줄), Retina(망막)을 뜻하는 것으로, 즉 불법 장기매매를 뜻한다. 일부 사기단은 '귀신 헬리콥터'를 내세운 뒤, 장기를 팔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검사비를 받고나서 도망쳤다가 붙잡혀 감옥으로 갔다.
장기매매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장기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파는 사람 처지에서는 자신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장기를 팔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사는 사람 처지에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쪽에서는 신장을 구하지 못해 죽어 가고, 한쪽에서는 돈이 없어 죽어 가는데 인간적 윤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이다.
만약, 지금 신장 1개에 2억~3억원 이라면 팔고싶은 사람이 있을까. 합법화하여 국가가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장기 밀매 사기단처럼 실제 거래보다 사기, 납치 등 때문에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 국제 범죄단이 장기를 확보하기 위해 끔찍한 일들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몸 일부를 파는 행위 중에 널리 알려지고, 실제 자주 행해진 것은 매혈, 즉 피를 파는 것이다. 한때 매혈은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돈벌이 수단이었다. 흔히 말하는 '피 같은 돈'이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 법에서 매혈은 금지되어 있다. 혈액 관리법 제3조 '혈액 매매 행위 등의 금지'에는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밖의 대가적 급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제14조에 따른 헌혈 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피를 파는 행위는 금지되며 그 반대로 피를 사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러한 행위를 도와주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은 1970년 8월에 제정되었다. 이후 여러 번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피를 사고파는 행위가 암암리에 이루어졌다. 그 원인은 피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믿을 수 있는 피를 얻기 위한 간절함도 있었다. 예컨대 급히 수혈해야 할 때 병원에 피가 부족하고, 주변에도 맞는 피가 없다면 누군가를 통해 믿을 만한(가능한 한 젊은 사람) 피를 구하는 것이다. 피 제공자는 친척이라고 하면서 피를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돈을 받는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졌다.
인류 최초의 의학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2700년 이집트 비석에 새겨진 것이다. 보통 임호텝(Imhotep)을 최초의 의사로 본다. 그 후 4700년 동안 의학은 꾸준히 발전을 이룩했다. 그런데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들은 여전히 많다. 질병의 종류는 3만 가지가 넘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 숫자는 더 늘어 난다. 현재로서는 수혈과 장기이식이 최선의 치료법 가운데 하나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남의 피나 장기를 직접 받지 않고도 질병을 치료할 것이다.
장기 매매와 매혈이 전설 속의 이야기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세계 각국의 병원과 의과대학에서 의료인과 과학자들이 유전체, 줄기세포, 인공장기, 3D 프린팅 등의 연구와 임상시험을 하며 이 날을 앞당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환자와 가족이 화장실, 온라인 등의 온갖 음지에서 '귀신 헬리콥터'를 애타게 찾는 모습이 그야말로 뒷날 사람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옛 이야기'가 되기를 간절히 빈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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