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손절하고 우리한테 와”...한국과 동병상련, 이 나라의 선택은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5. 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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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시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신짜오 베트남 - 243]미중 무역분쟁이 터진 이후 많은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지정학적인 이유로 중국도 아닌 대만에 있는 TSMC 투자를 줄였다고 할 정도입니다. 혹시라도 중국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글로벌 투자 지형을 요동치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에 공장이 있으면 막연하게 불안하다’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무엇인지 모를 위기감이 피부로 느껴지는 정도라 하겠습니다.

때마침 미국의 애플이 베트남에 맥북 공장 라인을 세웠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애플 공급업체인 콴타컴퓨터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약 90km떨어진 남딩(Nam Dinh)성 당국과 공장 건설 계약을 최근 체결했습니다.

이 공장은 콴타의 글로벌 기준 9번째 공장이 될 예정입니다. 콴타는 공장 건설에 약 1억2000만 달러(약 1550억원)를 쓸 예정입니다.

이번 맥북 공장 건설 이면에는 애플의 큰 그림이 있습니다. 얼마 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났습니다. 쿡 CEO는 이보다 하루 전날에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애플의 첫 인도 매장 오픈 행사에 참석했죠.

애플은 지난 20년간 생산하는 제품의 상당수를 중국에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후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은 인도 남부에 대규모 아이폰 생산 시설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 리우 폭스콘 회장은 지난해 6월과 올 3월 잇달아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와 잇달아 미팅을 하고 갔죠. 일각에서는 아이폰을 비롯한 작은 제품은 인도, 맥북 등 큰 제품은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얼마전 팀쿡 애플 CEO도 모디 총리를 만났는데, 중국 사람들의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대신 화웨이를 쓰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니까요. 애플의 탈중국 전략에 대해 중국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팀쿡 애플 CEO(왼쪽)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트남 입장에서는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필수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올해 들어 1분기 외국기업들 현지 투자액이 5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화로 7조가 좀 넘는 수준인데 문제는 전년 동기 대비 38.3%나 줄었다는 것입니다.

또 아직까지 베트남은 주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 홍콩 등 아시아 국가 직접투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이 더 큰 투자를 유치하려면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금을 끌어와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애플의 맥북 공장 유치는 표면적으로는 대만(콴타컴퓨터는 대만 기업입니다)의 투자이지만 간접적으로는 미국의 투자를 끌어들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베트남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모두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선택을 강요받는 측면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얼마전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확실하게 미국쪽으로 가르마를 타는 중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큰 틀 안에 미국과 중국 누구의 책도 잡히지 않으려는 외교 전략을 펴 왔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경제적 영역으로 확 넘어가면서 한국은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더 내몰렸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윤 대통령의 외교 수사였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모호성을 더 유지했어야 한다는 비난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이번 행보가 잘 한 것인지 여부는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당위적으로야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지만 중국을 이정도로 자극을 했어야 했느냐를 놓고는 충분히 논란이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번 포석에 한국이 크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물론 반대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존 전략이 저위험 저수익이라면 이번 전략은 고위험 고수익 이라고 할까요. 몰빵투자란 원래 그런 것이죠)

베트남 역시 중국과 미국간 줄타기를 하는 것을 기본 외교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사정 정국을 거치며 ‘친한파’로 유명했던 응유옌쑤언푹 전 베트남 주석이 낙마한 이후 ‘다시 친중파가 힘을 받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설득력은 좀 떨어집니다. 최근 들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베트남에 방문해 응유옌푸쫑 공산당 서기장을 비롯한 베트남 고위관계자를 잇달아 면담할 정도로 미국은 여전히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베트남 동해)에서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조업을 하지말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을 놓고 베트남 정부가 주권 침해라며 강력히 항의한 것을 보면 베트남과 중국은 본질적으로 갈등을 깔고 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중국 당국은 최근 5월1일부터 8월18일까지 특정 해역(남중국해)에서 ‘연간 조업금지’를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베트남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호앙사군도도 들어가 있습니다.

중국이 ‘남중국해가 모두 중국 영해다’는 주장을 철회할리 만무하고, 베트남은 중국의 이런 행보에 대해 가장 강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국가입니다. 베트남 사람들의 민심도 중국을 굉장히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차라리 베트남전에서 치열하게 싸운 미국을 중국보다는 더 좋아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베트남 역시 조만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입장에 내몰릴 공산이 큽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면서 광범위한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베트남은, 중국의 해상 패권을 효율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마침 해상주권을 놓고 중국과 베트남은 오랜 기간 갈등구도에 놓여있는 상황이죠. 2018년 미군을 축으로 열리는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 당시 미국이 중국 초청은 취소하고, 베트남을 초청해 합동 훈련을 한 것은 이런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림팩이 생겨난 것은 지난 1971년으로 올라갑니다.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철수하지만 아시아에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창설한 것인데, 베트남이 여기에 훈련 파트너로 참가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링컨 국무장관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베트남은 포괄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가 한 단계 올라갈 공산이 큽니다. 이후 미국은 베트남을 더 압박하며 중국과 손절하고 미국의 손을 잡으라고 더 강하게 끌어당길 것입니다. 그때 베트남의 선택은 한국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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