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으로 만원짜리 사고 백원 남긴, 롯데의 4월
이를테면 승부도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장사’다. 팀 전력의 최소치를 투입해서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최고의 목표일 수 있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프로야구 롯데의 ‘승패 장사’는 천재적이었다.
팀 평균자책 9위(4.75), 그중 선발 자책이 10위(5.03)였다. 이같은 마운드 지표로 혹여 순위표 상위권을 노리려면 불펜진 소모가 불가피하기 마련이다. 불펜 과부하가 올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롯데 불펜은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다. 4월 한달간 10개구단 불펜투수들의 이닝 수 상위 20명에 포함된 롯데 선수는 6위 김원중(13.2이닝)과 19위 구승민(12이닝) 둘 뿐이었다. 범위를 상위 30명으로 넓혀도 23위 김진욱(11.2이닝)만 추가된다.
롯데는 선발진이 고전한 가운데서도 불펜진을 리그 평균치만 쓰면서 승률 전체 1위(14승8패)로 4월을 마쳤다. 굉장히 많이 ‘남는 장사’를 했다.
선발진이 부진했던 것은 외국인투수 둘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찰리 반즈는 4경기 등판에 1승1패 평균자책 7.58을 기록했고, 댄 스트레일리는 5경기에서 2패에 평균자책 5.82로 흔들렸다. 선발진의 축이 되어야 할 두 선수가 오히려 팀 전체 선발 지표를 끌어내렸다.
롯데의 5월 이후 레이스도 기대할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지난해 초반과 달리 전력 소모가 적었고, 하나씩 끌어올릴 자원들이 있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출발이 좋았다. 5월1일까지 25경기에서 15승1무9패(0.625)로 2위에 올라 5월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특정선수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이들의 페이스에 따라 등락이 갈리는 것이 구조화되는 과정에 있었다.
투수진에서는 슈퍼맨처럼 나타난 외인선수 반즈만 쳐다보는 흐름. 반즈는 지난해 4월 5승무패 평균자책 0.65로 상상 속에서 나온 투수처럼 공을 던졌다. 아울러 불펜진에서는 나균안과 최준용이 전체 구원투수 중 이닝 수 1, 2위에 오르면서 전력을 쏟아부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반즈는 5월 이후 평균자책 4.47로 주저앉으며 평범한 공을 던졌고, 최준용 또한 날이 더워지며 체력적 부침을 겪었다.
올해는 승리하는 공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예컨대 타선에서는 호타준족 황성빈이 두 차례나 부상으로 빠진 과정에서도 김민석 등 대체자원이 움직여 공백을 메우며 황성빈 복귀 이후 야수 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외인투수 부진은 투수들 스스로 답을 찾아갈 대목이다. 향후 흐름에 따라 구단이 나서 전력의 플러스가 될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영역이다.
배영수 롯데 투수코치는 “잡을 경기와 그렇지 못했던 경기 사이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려 했다. 그로 인해 불펜 소모는 적었던 것 같다”며 “투수진 전체로나 개인으로나 앞으로 좋아질 부분이 많다. 지금도 지금이지만 60~70경기를 했을 때도 위에 있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현욱 롯데 트레이닝 코치는 “과거 (여름에 강했던) 삼성 같은 팀과 비교해도 그렇고, 지금 다른 팀과 비교해도 선수들이 모자랄 것 없는 ‘체력적’ 준비를 했고, 또 하고 있다. 올해는 계속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서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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