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인어공주·팅커벨 모두 흑인?… ‘과도한 PC주의’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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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워싱'(Black washing)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흑인 인어공주를 내세워 논란이 일었던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을 앞둔 데 이어 10일에는 역사적 인물 클레오파트라 역을 흑인 배우에게 맡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가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클레오파트라 7세의 일대기를 조명한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를 만들며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에게 타이틀롤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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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역사 왜곡 논란에도
‘퀸 클레오파트라’ 흑인 캐스팅
디즈니, 원작 훼손하면서까지
흑인 팅커벨·라틴계 백설공주
“바꿔야 한다는 의도만 앞서
여러 유색인종에 동일 잣대를”
‘블랙 워싱’(Black washing)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흑인 인어공주를 내세워 논란이 일었던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개봉을 앞둔 데 이어 10일에는 역사적 인물 클레오파트라 역을 흑인 배우에게 맡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가 공개된다. 과거 주요 배역을 백인으로만 채우던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주의)’의 결과지만, 과도한 PC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클레오파트라 7세의 일대기를 조명한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를 만들며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에게 타이틀롤을 맡겼다. 이 콘텐츠가 픽션이 아닌 ‘다큐멘터리’이기에 고증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집트 관광유물부는 “클레오파트라 7세의 피부색이 밝고 그리스계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조각품과 동상이 최고의 증거”라면서 “클레오파트라 7세를 흑인으로 묘사한 것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집트의 한 변호사는 이집트 내 넷플릭스 접근 차단을 요청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한 ‘퀸 클레오파트라’ 제작진과 출연진의 태도는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연출자인 티나 가라비 감독은 최근 미국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보다 아델 제임스가 더 클레오파트라에 가까울 것이다. 흑인 여배우가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는 걸 보는 것이 얼마나 정치적 행위인지 깨달았다”며 피부색을 정치 쟁점화했고, 아델 제임스는 SNS를 통해 “마음에 안 들면 보지 말라”고 대처했다.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에 이같이 맞받아치면서 논란은 감정적 다툼으로 치닫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의 제작자와 감독, 배우는 모두 흑인이다.
최근 디즈니 작품 속 일련의 캐스팅 논란도 유사한 맥락이다. 앞서 ‘알라딘’의 지니와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 역을 각각 흑인 배우인 윌 스미스와 신시아 이리보에게 맡겼던 디즈니는 ‘인어공주’ 역에 흑인 배우 핼리 베일리를 캐스팅했다. 또 다른 실사 영화인 ‘백설공주’의 주인공으로 라틴계 레이철 제글러를 발탁했고, 피터팬을 다룬 실사 영화 ‘피터팬과 웬디’에서 팅커벨 역에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를 캐스팅했다.
이런 기조에 대해 디즈니는 PC주의를 내세웠다. 인종·민족·언어·종교·성차별 등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차이’와 ‘차별’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적으로 흑인이라는 증거를 찾기 어렵고, ‘인어공주’의 경우 원작 캐릭터가 하얀 피부와 붉은 머릿결로 대표된다. 무리한 PC주의가 원작 훼손이자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흐름에서 유독 흑인들의 권리만 강조되는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화이트 워싱’에 맞선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로 ‘블랙 워싱’을 강요하는 것 역시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다. 인종을 흑과 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속에 또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블랙 워싱 논란을 지켜보면 ‘바꿔야 한다’는 의도가 앞서 억지스러운 측면이 크다. 보편성을 띠지 않는 변화이기에 진정성에 의문이 들고 오히려 반발이 일어나는 모양새”라며 “흑인을 기용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원작을 훼손한다면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여러 유색인종에 대해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데 유독 흑인에 대한 배려만 강조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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