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몇달전 생각 못했던 일 일어나”...실리 시동건 尹

황인혁 기자(ihhwang@mk.co.kr) 2023. 5.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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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빈방문 중 대일본 인식 공유
“과거사에만 발목 잡혀선 안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미를 통해 일본에 대한 유연한 시각을 거듭 밝혔다. 과거사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양국의 경제·안보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미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한일 문제에 대해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과거사 문제는 어떤 한순간의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진행한 연설 이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와의 토론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식민 지배를 하고, 식민 지배를 겪는 관계가 많이 있었다. 영국과 인도, 프랑스와 베트남, 한국과 일본 이런 관계들이 있다”며 “과거사를 극복하지 못해서 현안과 미래에 대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서로 심각한 전쟁을 통해 많은 인명 피해와 살상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지만, 늘 미래를 위해 다시 협력하고,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새로운 유럽의 미래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 과거의 식민 시절을 겪었던 분들은 지금 거의 남아계시지 않지만, 어찌 됐든 국민들 간에 많은 감정의 갈등과 대립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윤 대통령은 “우리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잘해 나가게 되면, 이런 과거에 대한 우리의 갈등과 반목은 많이 치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먼저 좀 시작했는데 일본 정부가 거기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다시 전격 복귀시키는 결정을 했다고 들었다. 이런 식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전 수단 내전으로 많은 국가의 대사관과 기업 직원들이 수단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한국·일본 대사관이 서로 협력했다는 사례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버스에 여러 일본인을 태워 수단을 빠져나왔다. 벌써 몇 달 전이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유학생의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서로 더 좋아하고 미래를 위해 더 협력할 수 있는, 그리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한 변화가 이뤄지고 흐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이 변하더라도 그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양국 국민들한테는 그러한 변화가 자리 잡게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진행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도 윤 대통령의 대일본 인식을 잘 보여준 사례다.

윤 대통령은 “100년 전 역사로 인해 일본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인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일본과의 협력을 지연시키기에는 한국의 안보 문제가 너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뒤이은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실의 해명도 궤를 같이 했다. 대통령실 측은 “한일 관계 정상화는 꼭 해야 하며 늦출 수 없는 일”이라며 “유럽에서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듯이, 한일 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온 ‘98년 일본 의회 연설’에서 김 대통령이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한 것과 동일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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