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새로운 듯! 배우 명세빈의 지금

서울문화사 2023. 5.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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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지순하고 청순하다.’ 사람들은 배우 명세빈을 그렇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청초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명세빈은 변하고 싶었다. 드라마 <닥터 차정숙> 의 ‘최승희’ 역으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명세빈을 만났다.
드레스 포마이시스.

봄비가 내리던 날, 말간 얼굴의 쑥스러운 미소를 띤 배우 명세빈이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헤어·메이크업을 받지 않아도 우리가 알고 있던 명세빈의 모습이었다. 이번 촬영은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 속 그녀의 새로운 캐릭터처럼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평소 잘 볼 수 없었던 이마를 훤히 드러낸 헤어스타일, 노출이 심한 의상도 모두 괜찮다고 했다. 명세빈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이 어색하면서도 새롭다. 모든 배우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청순하면서도 우아한 명세빈의 이미지는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이미지로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주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녀는 이제 좀 변해보려고 한다.

오늘 촬영은 어땠나요?

정말 오랜만에 화보를 찍었어요. <닥터 차정숙>을 통해, 연기 변신이라는 변화가 있었던 만큼 오늘 촬영은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새로운 스태프와 호흡을 맞췄어요. 처음으로 과감한 노출도 해봤죠. 속으로는 ‘헉’ 소리가 나왔지만 촬영을 하다 보니 신뢰가 가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믿고 도전할 수 있었고, 편안하고 재미있게 잘 찍었던 것 같아요.

2023년의 첫 작품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요?

사전 제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라 촬영이 끝난 지 좀 됐어요. 사전 제작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예전에는 촬영과 방송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 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많이 드니까 더욱 고심하게 되더라고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으니까 덜 피곤하고 역할과 연기에 대한 몰입도도 높일 수 있었어요.

‘최승희’라는 인물에 대해 명세빈 씨의 시각과 해석이 궁금해요.

극 중 최승희는 저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살아온 삶이 참 다른 친구예요. 또 제가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는 조금도 접점이 없는 캐릭터죠.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는데 최승희라는 캐릭터를 딱 만났어요. 극 중 김병철 씨가 맡은 ‘서인호’라는 인물의 첫사랑이었는데, 어느 순간 불륜녀가 된 거죠. 미혼모로 살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또 희망을 품었다가 좌절하는 인물로, 드라마에서는 악역으로 비쳐요. 그런데 최승희에게는 ‘상처’가 있어요. 저는 그 상처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내가 이 인물에 완전히 감정이입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행동에 정당성과 확신을 가져야 하거든요. 그래서 최승희의 상처를 찾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드레스 비뮈에트.
드레스 포마이시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할 땐 그 인물에 대한 정당성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와는 참 많이 다른 ‘최승희’지만 그녀의 상처를 찾고,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주인공인 엄정화 언니는 촬영이 많아 정말 힘들었을 텐데 현장에서 항상 웃었어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죠. 차정숙(엄정화 분)과 최승희는 대립하는 신들이 있어요. 슛 들어가기 전에는 하하, 호호 웃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각자의 배역에 몰입하는 것이 예전에는 어색하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몰입과 분리가 편해지더라고요. 김병철 씨는 연기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연기에 대한 배움이 있었던 현장이었어요.

사전 제작 드라마라서 촬영은 지난해 연말에 끝났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평소 하던 골프와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꽃도 만지면서 지냈어요.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시기를 놓쳤어요. 드라마 방송 시작 전에 홍보 일정이 잡혀 있어서 당분간은 바쁠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꽃을 배우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꽃을 배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꽃을 보는 것도, 꽃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아했어요. 이전에도 취미로 배웠는데 이론적인 부분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프랑스에서 이루어지는 플로리스트 국가 공인 자격증 과정을 운영하는 플라워 스쿨에 다니기도 했어요.

플로리스트 명세빈의 모습도 만날 수 있나요?

음, 그런데 참 이상해요. 꽃을 정말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큰데 작품에 들어가면 꽃에 집중이 안 돼요. 같은 예술이라 그런 걸까요? 꽃이나 연기 모두 감정과 감성이 담기는 작업이다 보니 2가지 모두에 집중하는 것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 꽃을 못 하니까 너무 아쉽고 속상할 것 같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잊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요즘은 ‘부캐’가 대세이니만큼 ‘꽃을 만지는 명세빈’을 부캐로 가져가고 싶어요. 사실 제 나이대에는 잘하는 분이 정말 많아요. 제가 연기를 한 시간만큼 그분들은 꽃을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분들의 전문성을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저는 저만의 시각으로 꽃을 보고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프로그램 같은 것을 통해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플로리스트 명세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요.

꽃도 각각의 캐릭터가 있잖아요.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는 어떤 꽃인가요?

‘나는 어떤 꽃일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 트렌드인 화려한 꽃을 이야기해야 하나?’ 그런데 그건 저에게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저를 보고 코스모스 같다고 많이 하셨어요. 하지만 너무 하늘하늘하기만 한 코스모스는 싫더라고요. 저는 튤립이 떠올랐어요. 연하면서도 수분감이 있고, 여러 색을 낼 수도 있고, 홀로 있어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꽃 같아요. 저와 비슷하기도 하고,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 해요.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선 오랜만에 복귀한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닥터 차정숙> 이후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예능도 그렇고,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에서 대중과 계속 만나고 싶어요. 부캐도 열심히 키워볼게요!(웃음)


저를 꽃에 비유하라면 튤립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홀로 있어도 확실하게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어 나이기도 하고, 닮고 싶기도 해요.

톱·스커트 모두 자라.

에디터 : 송정은(패션), 이채영(인터뷰) | 사진 : 김외밀 | 스타일링 : 김지연 | 어시스트 : 이가형 | 헤어 : 권영은 | 메이크업 :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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