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미·중 반도체 전쟁' 못 이긴다. 그런데 美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으로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승리를 점치는 중국계 전문가 의견이 눈길을 끈다. 이 전문가는 중국이 국가주도 성장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과학법은 사실상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 억제에 초점을 둔 법으로, 중국 내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반도체 제조기업의 미국 내 새 사업에 대해 보조금,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존스홉킨스 대학 저우란 리 고등국제대학원 연구원은 지난달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리 연구원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관점에서 중국의 선택지는 안보에 기초한 국가 주도 계획뿐"이라며 "시장이 아닌 안보에 초점을 맞춘 경제 계획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마오쩌둥 초대 국가주석이 추진했던 '제3 전선 구축 운동'에서 근거를 찾았다. 마오 전 주석은 중국이 소련과 결별한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만주 지역 산업단지가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트남전 발발로 미국이 중국 해안 지역 산업단지를 폭격할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마오 전 주석은 산업단지를 폭격이 어려운 남서부 산악지대로 대거 이동시켰다. 이 때문에 운송비가 폭등했고, 제조업 산업 구조 전체가 왜곡됐다. 국영기업들은 빚더미에 올라 지방재정과 정책대출에 기대 간신히 연명하는 '좀비 기업'으로 전락했다.
리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산업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 연구원은 "중국의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은 부패, 지방재정 부채, 부동산 위기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했다.
리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첨단산업단지는 철저하게 국가 관리하에 조성된다. 중앙정부에서 각 주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토지를 결정해 배분하고, 주는 산하 시에 중앙정부의 결정을 하달한다. 각 주는 중앙정부가 배분한 산업단지에 더해 추가 기반시설을 설치해 기업에 비싸게 판매한다. 사겠다는 기업이 없어도 여기에 상업단지나 주거단지를 조성하면 되기 때문에 손해볼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고위관리들 사이에 거액의 뒷돈이 오가게 된다.
보조금 부패도 문제로 지적됐다. 첨단 IT 기업을 창업하는 척하면서 투자를 유치한 뒤 정부 보조금만 챙기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우한홍신반도체제조가 대표 사례다. 우한홍신 측은 7나노 반도체 개발을 약속하면서 지방 고위직들의 신임을 산 뒤 동시후 구 지방정부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우한홍신의 투자약속은 모두 사기로 드러났고, 동시후 구는 이로 인해 153억 위안(한화 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
리 연구원은 "반도체 관련 규제를 결정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기술적 지식이 거의 없는 관료들"이라며 "기술에 대한 판단이 부족해 사기나 보조금 낭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방 관료들은 간부 평가에서 득점하기 위해 첨단 IT 기업들을 끌어와 하는 상황"이라며 "홍신 같은 기업들이 관료들을 이용하기 쉽다"고 했다. 또 "보조금 선정은 '밀실'로 이뤄진다"며 "배경과 연줄이 있는 기업이 가장 많은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대기업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중국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린다"며 "기업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만 열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썼다. 리 연구원은 "부패와 사기는 중국의 경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스푸트니크호 발사라는 환상에 빠진 소련식 발전 단계에 갇힐 수 있다"고 했다.
리 연구원은 반도체과학법 같은 미국의 정부 주도 산업 키우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이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고, 오히려 미국이 중국과 같은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도체 성과 홍보에 당황해 과민하게 대응하기보다, 시장과 경쟁 중심의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는 취지다.
리 연구원은 "반도체 대기업들은 첨단 제조공장을 아시아에 세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미국 규제를 회피할 것이고, 오히려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만 저해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과학법이 미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의 중국 사업 확장을 제한하기 때문에, 미국에도 제조시설을 짓되 첨단 공장은 중국도 미국도 아닌 곳에 둔다는 것이다.
끝으로 리 연구원은 "중국의 거대 투자에 겁먹은 채 중국 측 접근방식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며 "미국은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자기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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