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몇십만원에 걸린 운명…선거법 위반 2라운드

박영서 2023. 5. 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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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지자체장 1명·지방의원 8명 2심 진행 중…법정 다툼 치열
신경호 교육감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기소 임박해 교육계 촉각
당선무효형 면한 원강수 원주시장 (원주=연합뉴스) 원강수 원주시장이 지난 2월 16일 오후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어긴 강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유무죄와 형량을 둘러싼 법정 2라운드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현직 교육감까지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교육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는 지자체장은 1명, 광역의원 4명, 기초의원 4명 등 총 9명이다.

재산 축소 신고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받아 당선 무효를 면한 원강수(53) 원주시장은 오는 10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의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원 시장과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했다.

1심에서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실수 또는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편 원 시장은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항소한 것으로 짐작된다.

반면 검찰은 원심이 원 시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함에 따라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했을 가능성 커 항소심은 유무죄와 양형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원 시장 외에 지자체장으로서는 심재국 평창군수가 지난달 6일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검찰과 심 군수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기찬(왼쪽부터)·강정호·원제용·하석균 도의원 [강원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심에서 모두 벌금 100만원 이상의 당선 무효형을 받은 광역의원 4명은 항소심 재판에 사활이 걸려 있다.

허위 학력을 책자형 선거공보물, 선거 벽보, 선거명함에 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의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이기찬(52·양구) 도의원은 지난달 26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

이 도의원 측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부터 지난 3월 열린 항소심 첫 공판까지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왔으나 이날 공판에서는 기존의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 주장을 철회하고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은 오는 10일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이 도의원은 2014년에도 책자형 선거 공보에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도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만일 이번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미만으로 감경받지 못한다면 두 번이나 의원직을 잃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지방선거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받은 강정호(50·속초1) 도의원은 유무죄를 두고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였던 지난해 2월 중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른 입후보예정자에 대해 선거에 불리한 내용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도의원 측은 지난달 26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허위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무죄 취지의 주장과 함께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형이 무겁다'는 주장을 폈다.

춘천지법·서울고법 춘천재판부 [연합뉴스TV 제공]

강 도의원 측이 무죄를 입증할 증인을 내세움에 따라 오는 6월 8일 2차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이 예정돼있다.

원제용(67·원주6)·하석균(61·원주5) 도의원은 주민자치위원이던 지난해 3월 제20대 대선에서 특정 정당의 점퍼를 입고 거리 인사를 하는 등 3∼5차례에 걸쳐 선거 운동에 참여한 혐의로 1심에서 각각 150만원과 130만원의 벌금형에 불복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무죄와 양형부당을 주장하고 있어 유죄 판결을 뒤집거나 형량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학력을 허위로 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제공해 홍보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받은 엄윤순(61·인제) 도의원은 검찰과 엄 도의원 모두 1심 판결을 받아들임에 따라 판결이 확정됐다.

기초의원 중에서는 원제용·하석균 도의원과 같은 혐의로 나란히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110만원을 받은 박한근 시의원을 비롯해 4명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산 12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로 1심에서 8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허병관 강릉시의원은 오는 24일 항소심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허 시의원에게 원심에 이어 벌금 150만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밖에 재산축소 신고 혐의로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받은 심영미 의원은 오는 10일 항소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고,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을 쓴 혐의로 지난달 7일 벌금 200만원을 받은 박귀남 양구군의장은 2심으로 법정 다툼을 이어간다.

압수수색 관련 입장 밝히는 신경호 강원교육감 (춘천=연합뉴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지난 4월 25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교육청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신경호 강원교육감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신 교육감을 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달 25일 교육감실과 관사를 동시에 압수 수색을 했다.

신 교육감은 2021년 7월 교원 신분으로 신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설립한 혐의(교육자치법 위반)로 기소된 강원도교육청 전 대변인 이모(50)씨 사건에 연루됐다.

검찰은 신 교육감이 이씨의 사조직 설립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지난해 선거사범 공소시효(12월 1월)를 하루 앞둔 11월 30일 이씨를 우선 기소했고, 공소사실 중 일부에 신 교육감이 공모 관계에 있다는 내용을 포함함으로써 신 교육감의 공소시효 진행을 정지시켰다.

교육감 선거를 규정한 교육자치법이 공직선거법을 준용하므로 신 교육감 역시 선거사범으로 수사 대상이 된 셈이다.

검찰은 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 등으로 수사를 넓힐 방침이다.

이씨 사건의 다음 공판이 5월 30일로 예정돼있어 그전까지 신 교육감을 해당 사건에 추가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육감은 압수수색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도민들이 많이 염려하겠지만, 검찰이 조사한다면 그 과정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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