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청춘] ⑬ 인삼카페·홍삼가공시설 운영 정철헌씨
부친이 농사지은 6년근 홍삼 원료로 달임액·발효음료 제조
[※ 편집자 주 = 좁아진 취업문과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청년들의 고민이 깊습니다.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라는 위기의식도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모험을 택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서 답을 구하는 이들입니다. 연합뉴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쳐 꿈을 실현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총 20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송고합니다.]
(음성=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카페 출입문을 열자 특유의 인삼향이 풍겼다.
내부는 30평정도 크기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인삼쉐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인삼 소비 유도를 위해 우유, 꿀, 인삼 비율을 잘 맞춰 상품으로 내놨는데 의외로 손님들 반응이 좋았다.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많이 팔린다"
지난 27일 만난 넉넉한 인상의 젊은 가게 주인은 "6년근 수삼을 한 잔에 30∼35g정도 듬뿍 넣어 만든다"며 인삼쉐이크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인삼아이스크림 레시피도 개발해 뒀다고 했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 충북혁신도시 내 3층짜리 상가주택 1층에서 '달삼(DALSAM)' 카페와 홍삼 제품(브랜드명 '달삼') 제조 시설인 '촌부일기'를 운영하는 정철헌(31)씨는 6년근 수삼·홍삼으로 성공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카페와 '6년근 홍삼달임액'과 '배도홍(배·도라지·홍삼)'을 생산하는 촌부일기는 연결돼 있다.
대학 졸업 후 학군장교(ROTC)로 임관했던 정씨는 장기 복무를 준비하다가 생각을 바꿔 2017년 6월 전역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62·정인송)는 인근 금왕읍에서 30년가량 인삼 농사를 지어왔고, 어머니는 2009년 3월부터 4년 전까지 포털 다음 블로그에 '촌부일기'를 써 유명해진 이경희(54)씨다.
정씨는 베테랑 농부인 아버지를 도와 인삼농사를 짓다가 인삼가격이 내려가자 인삼가공 쪽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누구나 내놓던 홍삼농축액 등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제품 다양화와 차별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중장년층에 편중된 인삼 소비를 젊은층으로 확대해야 한다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의 쓴맛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그래서 추진한 게 '달삼'의 상표 등록이었다.
'쓰지 않고 달달한 삼'을 선보이자는 취지로 달삼을 브랜드명으로 정했다.
어머니의 블로그 이름에서 따온 촌부일기는 2021년 7월 쯤 마련했고, 애초에는 홍삼을 사러 오는 손님에게 음료를 대접할 공간으로 활용하려 했던 카페도 이 무렵 열었다.
그는 부모가 했던 방식 그대로 48시간 저온추출, 그러니깐 중탕기에서 83도 정도에 내려 6년근 홍삼달임액을 만든다.
아버지가 농사지은, 뿌리가 실하고 잘생긴 고품질의 원삼으로만 홍삼을 만들어 사용한다.
부친은 6천평 크기의 인삼밭에서 한해 3t가량의 6년근 인삼을 수확해 홍삼을 만들고, 아들은 저온저장한 홍삼을 이용해 홍삼달임액과 배도홍을 제조하고 있다.
배도홍은 충북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특허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기술이전 받아 제조한 것이다.
충북농기원이 개발한 특허기술인 김치 유산균을 활용해 홍삼추출액을 발효시키는 방식이다.
홍삼 특유의 쓴맛은 설탕이 아닌 배와 도라지 농축액과 프락토올리고당으로 저감화해 어린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게 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실용화기술 연구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받은 1억원으로 교반기 등 설비와 파우치·포장지 등을 갖추고 지난해 말부터 배두홍을 출시할 수 있었다.
소규모 시설에서 정성껏 홍삼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판매 실적이 썩 좋지는 않다.
정씨는 "인터넷 판매를 하긴 하는데 홍보나 광고는 할 줄 몰라 입소문을 들은 고객들의 전화 주문을 받고 있다. 과거 어머니가 홍삼달임액을 만들어 판매했을 때보다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인삼과 홍삼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인삼·홍삼 관련) 음료나 디저트를 만들어 인삼카페 체인을 만드는 게 꿈"이라며 "당장은 홍삼 제품에 대해 공격적으로 브랜딩하고 홍보도 잘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네살, 두살 딸의 아빠인 그는 아내가 셋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정씨는 "엄마 배 속에 있는 아이가 17주 정도 됐는데 또 딸이라고 들었다"며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달삼'을 지향하다가 '딸 삼(3명)' 아빠가 될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jcpark@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핵펀치' 잃은 58세 타이슨, 31세 연하 복서에게 판정패 | 연합뉴스
- 李, '징역형 집유' 선고 이튿날 집회서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 연합뉴스
- '오징어게임' 경비병으로 변신한 피겨 선수, 그랑프리 쇼트 2위 | 연합뉴스
- 학창 시절 후배 다치게 한 장난…성인 되어 형사처벌 부메랑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아내와 다툰 이웃 반찬가게 사장 찾아가 흉기로 살해 시도 | 연합뉴스
- 페루서 독거미 320마리 밀반출하려다 20대 한국인 체포돼 | 연합뉴스
- 성폭력 재판 와중에 또 악질 성범죄…변명 일관한 20대 중형 | 연합뉴스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김준수 협박 금품 갈취한 아프리카TV 여성 BJ 구속 송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