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의 경고…"美상업부동산 위험, 은행대출 부실가득"

버핏과 멍거

워렌 버핏과 함께 버크셔해서웨이그룹을 일군 찰리 멍거 부회장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99세 투자업계 구루(Guru)의 지적에 은행권 부실대출 문제가 공론에 오르면서 경제를 더 위축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30일 멍거 부회장은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은행들의 대출자산은 불경기가 와서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면 급격히 취약해질 부실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수준이 (금융위기를 불러온) 2008년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은행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말을 위시해 미국 규제당국은 지방은행 위기 가운데 다시 파산설이 불거진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한 민간 대형은행들의 인수제안을 요청한 상황이다. 정부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통해 압류하기 전에 민간차원의 구조조정을 마지막으로 시도해보려는 취지다. 하지만 대형은행 가운데 JP모간체이스와 PNC만이 응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에서도 부담스러운 매물을 인수해 리스크를 키우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멍거와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2011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비슷한 금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지방은행 위기에는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멍거는 "우리는 은행업에 약간의 실망감이 있다"며 "은행을 영리하게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항상 부정적인 유혹이 있다"고 적시했다.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부실 원인이 자산의 미스매치 이외에도 내부자 대출이 급속히 증가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있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멍거는 "오피스빌딩은 공실이 넘치고, 손님이 끊긴 쇼핑센터와 기타 부동산에서 많은 고통의 소리가 들린다"며 "은행들은 이미 상업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에 대한 대출을 끊고 있다"고 설명했다.

멍거 부회장은 투자의 황금기는 지났고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과 씨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게임이 어려워지는 시기에 플레이를 하려는 진입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며 "일부 투자가들은 고객들이 맡긴 계좌를 유용해 돈을 인출하는 점쟁이나 점성술사들"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너무 많은데 고객들이 수수료를 지불하면서도 좋은 서비스(수익률)를 받지 못하고 있어 결국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멍거는 마지막으로 "미국 민주주의가 영원히 번영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며 "하지만 꽤 오랫동안은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