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의 차이나 트렌드] 설화수만 남기고 싹 접은 아모레…K뷰티 관심 없는 中, 뭘 쓰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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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 남서부 쓰촨성 성도 청두시의 마오예런허춘톈 백화점.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 산하 화장품 브랜드 중 중국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 에뛰드(ETUDE)의 매장을 중국 본토에서 모두 정리한 데 이어, 지난달 중화권(중국 본토·홍콩·대만) 마지막 매장이었던 홍콩점도 닫았다.
올 상반기 안에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Innisfree)도 중국에서 매장을 완전히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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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 남서부 쓰촨성 성도 청두시의 마오예런허춘톈 백화점. 건물 외벽 1층의 설화수(Sulwhasoo) 매장 로고 위로 K팝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로제가 지난해 8월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설화수의 앰배서더(광고 모델)가 된 후 찍은 유튜브 홍보 영상이다. 원래 로제가 서울 북촌 설화수의 집에서 영어로 브랜드를 소개하는 영상인데, 청두 백화점에선 소리 없이 중국어 자막이 달린 영상이 나왔다. 중국에선 블랙핑크와 로제 팬들만이 소셜미디어에서 설화수 광고를 언급할 뿐, 대체로는 배우 송혜교에서 로제로의 모델 교체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다.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 산하 화장품 브랜드 중 중국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브랜드다. 한때 브랜드마다 수백 개에 달했던 매장이 대부분 없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중저가 브랜드 에뛰드(ETUDE)의 매장을 중국 본토에서 모두 정리한 데 이어, 지난달 중화권(중국 본토·홍콩·대만) 마지막 매장이었던 홍콩점도 닫았다. 앞서 지난해 초엔 고급 브랜드 헤라(HERA) 매장을 모두 없앴다.
올 상반기 안에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Innisfree)도 중국에서 매장을 완전히 철수한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대표 브랜드였다. 이니스프리는 2012년 상하이에 1호점을 낸 후 한류를 타고 한때 매장 수를 800개 이상으로 늘렸다. 그러나 중국 소비 트렌드 변화에 뒤처지며 중국 소비자에게 외면을 당했다. 중국 실적 악화 속에 매장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2021년 10월 상하이 쇼핑 중심가 난징둥루의 3층짜리 플래그십스토어마저 폐점해 한국 화장품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니스프리는 중국 시장 부진 원인으로 2017년 사드 사태발 한한령(중국의 한류 제한령)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꼽는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중국 시장에서 한국 뷰티 브랜드로서의 자체 경쟁력을 잃은 것이 소비자 관심에서 밀려난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내 이니스프리 단독 매장 수는 이미 약 60개로 줄었다.
중국은 아모레퍼시픽 해외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시장이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딸이자 후계자로 꼽히는 서민정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아모레퍼시픽)팀 담당은 미국 코넬대에서 학사 학위를 딴 후 중국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 입사 후, 같은 해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등록했다. 당시 중국 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중국 시장 손실이 불어나자,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사업 축을 미국으로 옮기고 있다. 중국에선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만 백화점 입점 형태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나머지 브랜드는 한국의 올리브영 같은 멀티숍(여러 브랜드를 모아 놓은 가게)에 입점하거나, 톈마오(티몰)·징둥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 화장품은 중국 국내 브랜드와 미국·유럽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 사이에서 입지가 애매해졌다. 요즘 중국의 핵심 소비층인 MZ 세대는 C뷰티로 불리는 중국 가성비 브랜드와 가격대가 아주 높은 서구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중국 젊은 층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궈차오(國潮 중국풍) 트렌드가 중국 뷰티 브랜드를 주류로 올려놨다. 중국 전통과 중국적 문화 요소를 넣은 궈차오가 중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애국주의와 맞물려 ‘차이나 메이드(중국 제조)’ 브랜드를 띄운 것이다. 과거엔 촌스럽게 봤던 화장법이 레트로란 이름으로 중국 젊은 여성들의 얼굴에 스며들었다. 2017년 등장한 플로라시스(Florasis 花西子 화시쯔)와 퍼펙트 다이어리(PERFECT DIARY 完美日記 완메이르지)가 대표적이다.
플로라시스는 중국 Z 세대 사이에 중국식 메이크업 룩을 유행시키며 궈차오 뷰티의 대표 브랜드로 떠올랐다. 중국적 디자인과 중국 문화 요소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광고 이미지에 중국색이 짙다. 제품 구석구석 중국 전통 기법을 반영했다. 베스트셀링 제품인 립스틱엔 중국 전통 문양을 정교하게 새겨넣어 예술품 같다는 반응을 얻었다. 구이저우성 소수 민족 묘족(먀오쭈), 윈난성 시솽반나 소수 민족 태족(타이쭈) 등의 공예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 패키지를 제작하기도 한다. 플로라시스는 “민족미(美)가 곧 세계미(美)”라고 했다. 중국 톱 라이브 스트리머 리자치(李佳琦)와 협업해 제품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플로라시스는 2021년 중국 최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의 뷰티 브랜드 부문에서 연간 판매액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판매액 톱 10에 든 화장품 중 9개가 중국 브랜드였다. 플로라시스는 2021년 3월 아마존 재팬에 첫 공식 온라인 스토어를 열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퍼펙트 다이어리도 10~20대 여성 사이에 메이크업 제품이 인기가 많다. Z 세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정하고 철저히 이들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했다. 샤오훙수,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 비리비리 등 1020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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