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 선수 없는데 도루 성공률 2위' KIA 발야구, 초반 판도 뒤흔든다
지난 시즌 팀 도루 1위(103개)를 기록한 KIA를 두고 '뛸 선수가 없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도루왕 박찬호(28)가 팀 도루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소수에 편중된 기록이었고, 선수 구성이 비슷했던 2021시즌만 해도 KIA는 팀 도루 9위(73개)에 불과했다.
올 시즌 초반은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뛸 선수들마저 없어졌다. KIA에서 가장 빠른 두 명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박찬호는 미국 스프링캠프부터 안고 있는 손목 부상이 4월 내내 이어졌고, 김도영(20)은 개막 2경기 만에 왼쪽 중족골 골절로 전반기를 사실상 마감했다. 각각 13도루로 지난해 KIA의 팀 도루 1위에 기여했던 김선빈(34), 소크라테스 브리토(31)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김선빈은 발목 부상으로 접전일 때면 대주자로 교체되기 일쑤였고, 소크라테스는 4월 중순까지 출루율 3할 초반으로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KIA는 30일 현재 팀 도루 공동 3위(19개), 도루 성공률 2위(86.4%)를 기록 중이다.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KIA 발야구의 진가가 드러난다. 키움은 91.7%(12개 중 11개 성공)로 도루 성공률 1위지만, 100% 성공률로 8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김혜성(24)의 지분이 크다. 또한 KIA와 도루 개수가 같거나 많은 LG(39개·60%), NC(25개·65.8%), 두산(19개·65.5%)은 도루 성공률이 70% 이하다.
반면 KIA는 박찬호(5개) 외에도 8명의 선수가 최소 도루 1개씩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누가 뛸지 모를 혼란을 상대 배터리에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4월 29일 잠실야구장에서 KIA가 LG에 6-3으로 승리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뛰는 호랑이'의 특색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먼저 고종욱과 이창진 두 베테랑이 올해 데뷔해 주자 견제에 낯선 LG 선발 강효종(21)을 흔들었다. 1회 1사에서 고종욱은 2루를 훔쳤고 박동원의 악송구에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보크에 홈까지 밟았다. 2회 2루 도루에 성공한 이창진도 LG 내야진의 실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강효종은 연이은 도루에 2이닝 2실점(1자책)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KIA가 5-3으로 앞선 9회에 나온 김규성(26)의 쐐기 득점은 백미였다. 김규성은 9회초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김선빈의 대주자로 들어섰다. 최형우의 우전 안타, 황대인의 중견수 뜬 공 때 2루를 거쳐 3루까지 갔다. LG 마운드의 함덕주는 소크라테스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이창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어진 한승택의 타석에서 2스트라이크 1볼로 이닝 종료까지 스트라이크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하지만 함덕주가 4번째 공을 위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순간, 김규성은 홈까지 내달렸다. 김규성에 이어 후속 주자들도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면서 KBO리그 통산 7번째이자 KIA 구단 첫 삼중 도루가 만들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규성은 "상대 투수가 좌완 투수(함덕주)였고 함성이 컸다. 그래서 조 코치님이 LG 쪽에서 하는 콜 플레이가 잘 안 들려서 (홈 스틸을 하면) 홈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거라고 하셨다. 마지막에 코치님께서 뛰라고 사인을 주셔서 과감하게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3루에 도착한 뒤 투수의 습관을 코치님이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그 습관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가 타이밍을 맞춰서 뛰었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떤 선수든 꼭 필요할 때 도루를 100%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다. 조 코치의 평소 지론이다. 지난 2월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KIA에 처음 왔을 때 (전 소속팀) 키움에 비해 빠른 선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난 도루 개수보다 성공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류지혁과 김도영이 똑같이 뛸 수 없다. 선수의 주력과 그때의 상황에 맞게, 뛰어야 할 때 뛰게 한다는 의미다. 난 항상 시즌 중 경기가 끝나면 곧장 비디오 분석에 들어간다. 그렇게 분석한 투수들의 습관, 견제 능력 등을 선수들에게 숙지하고 다음 경기에 나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쌓아온 데이터가 가장 필요한 순간 최고의 결과로 나온 것이 김규성의 홈 스틸이었다. 덕분에 열흘 전만 해도 리그 꼴찌였던 KIA는 완벽히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주 NC와 홈 3연전 위닝시리즈에 이어 LG와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12승 11패로 단숨에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나성범, 김도영이란 주축 선수 없이 나름의 득점 루트로 상위권 팀들을 잡아내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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