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크름반도 유류시설 공격 시인···“반격 준비”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 유류 저장고 공격이 자국군에 의한 것이며 반격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밝혔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국 TV 방송에서 전날 크름반도에서 발생한 유류 저장고 화재를 거론하며 “병참 기지를 파괴한 것은 우리 군의 반격을 위한 준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대규모 공세를 앞두고 준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크름반도에 있는 항구도시인 세바스토폴의 한 유류 저장고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8개 소방대가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이번 화재가 세바스토폴시의 연료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이곳의 석유 비축량은 주유소 등에서 사용되지 않는다”고 말해 이곳이 군사 목적의 시설임을 시사했다.
크름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부터 강제병합한 지역으로, 러시아 흑해 함대가 세바스토폴에 주둔하고 있다. 최근 세바스토폴을 겨냥해 고속 무인정과 드론 등을 활용한 공격 시도가 잇따르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가 공격 주체임을 시인한 적은 거의 없다.
한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4개 블록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는 동부 도네츠크주 주요 도시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라뱐스크로 진격할 수 있는 요충지다. 러시아가 지난해 7월부터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집중하면서 도시는 거의 완전히 파괴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준비 중인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최대한 점령지를 확대하기 위해 공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동원병 및 용병뿐 아니라 특수부대까지 동부 및 남부 전선에 투입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비해 크름반도 진입로에 여러 겹의 참호를 파는 등 ‘요새화 작업’을 방불케 하는 방어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최근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러시아는 크름반도 북부 페레코프와 메드베데우카를 동서로 잇는 지역에 ‘용의 이빨 (Dragon’s Teeth)’로 불리는 장애물도 설치했다. ‘용의 이빨’은 철선과 지뢰를 결합한 피라미드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전차 방어선으로 쓰인다.
크름반도로 전선이 확대될 경우 전쟁이 또 다른 국면으로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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