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고양·대구 등 '묻지마 범죄' 속출에 시민 공포감 높아져
"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사회정책적 대안 마련해야"
(전국=뉴스1) 양희문 기자 = “별 이유 없이 그냥 사람을 해치고 싶었습니다.”
최근 뚜렷한 이유 없이 불특정인을 상대로 범행하는 ‘묻지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가해자들은 빈부격차, 정신질환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분노를 외부로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차원에서 묻지마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행 동기 없는 묻지마 범죄에 시민 공포감↑ 지난 27일 오후 4시께 충남 서천군 한 여관에서 30대 남성 A씨가 여관 주인 B씨(70대)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A씨는 심지어 사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A씨는 혼자 모텔에 방문해 돈을 내지 않고 객실을 이용하려다 이를 저지하던 B씨에게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현재까지 뚜렷한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8시50분께 경기 고양시에서도 50대 남성 C씨가 출소한 지 사흘 만에 길거리에서 처음 본 시민을 상대로 흉기를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C씨는 한 낚시매장에 진열돼 있던 흉기로 업주를 위협한 뒤 인근 스크린골프장 앞에서 시민 D씨의 등을 흉기로 찔렀다. C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를 말리던 D씨 지인의 얼굴도 주먹으로 때리고 그대로 달아났다.
약 1시간 뒤 서울 마포구에서 붙잡힌 C씨는 피해자들과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또 술에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정신 관련 질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별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고 싶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앞서 26일에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10대 E군이 일면식도 없는 여학생을 뒤따라가 흉기로 위협했고, 25일 경기 시흥시에선 “환청이 들려 감시 받는다는 생각에 흉기를 들고 나왔다”며 한밤에 흉기 두 자루를 들고 거리를 배회한 40대 남성이 체포됐다.
최근 묻지마 범죄가 속출하면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특별한 이유 없이 불특정 상대를 향해 범행을 저지는 탓에 시민들 입장에선 언제, 어디서 자신도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은 시민에게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 같은 범죄 발생 시 경찰은 가용 인력을 동원,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해 불안감을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회 적응 실패…사회정책적 대안 마련해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는 현실 불만형, 정신 장애형, 만성 분노형 등 크게 3가지 동기로 분류된다.
현실 불만형은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죄를 일으켰다. 정신 장애형은 조현병 등을 겪고 있거나 약물 흡입으로 인해, 만성 분노형은 개인적 분풀이 또는 특별한 이유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
묻지마 범죄자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다수 전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만성 분노형은 90.9%로 거의 대다수가 전과가 있었으며 정신 장애형은 66.7%, 현실 불만형은 50%에 달했다. 지난 27일 고양시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50대 남성도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적응을 돕거나 소외나 빈곤 등을 느낀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보다 빈부격차 등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같은 범죄는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이 근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과거에는 이 같은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찾았지만 지금은 사회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 박탈감, 빈부격차, 정신적 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로 심화됐다”며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공중보건과 사회복지가 종합적으로 통합해 접근해야 한다. 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사회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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