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은 자본주의 문화, 엄격 처벌”…北, 포고문 발표·단속
3년 이상이면 2년 이상의 노동교양소”
사실혼 주민들은 “별걸 다 통제” 반응
배급제붕괴 등 생활고로 인해 사실혼↑
‘단속·처벌로는 해소 어려울 것’ 전망
북한 당국이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가정생활을 하는 사실혼 부부를 자본주의 문화를 퍼뜨리는 반체제 행위란 이유로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활고로 인해 늘고 있는 사실혼 부부를 법으로 처리한다는 당국의 방침에 대해 주민들은 ‘별걸 다 통제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사회안전성(한국의 경찰청에 해당)은 지난 2월 22일 ‘사회주의제도에 독을 품고 반당적, 반혁명적 행위를 한 자를 징벌한다’는 포고문(경고문의 일종)을 발표했다. 해당 포고문에는 ‘강도, 강간, 어린이유괴 등 사회적 범죄와 당 정권기관의 일군들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폭력행위를 하거나 투서, 낙서 행위 등을 무자비하게 징벌하라’는 내용과 함께 ‘사실혼 생활을 하는 자들을 법적으로 엄격히 처리하라’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포고문 발표 직후 사법당국은 사회주의제도를 위협하는 온갖 범죄를 저지른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수하도록 조치했다"면서 "결혼 등록을 하지 않고 살고 있는 사실혼 부부도 한 달(2월 22일~3월 22일) 이내에 자수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에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있던 사실혼 주민들은 "별걸 다 통제한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수 기간이 끝난 후 당국의 단속이 본격화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이달(4월)부터 정주시 안전부가 ‘8·3부부’ 조사를 하고 있다"며 "8.3부부는 혼인신고 하지 않고 가정생활 하고 있는 사실혼 부부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사법당국은 4월 초부터 8·3부부를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며 "사실혼 기간이 1년 이하이면 노동단련대 3개월, 3년 이상이면 2년 이상의 노동교양소 처벌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8·3 부부’란 폐기물을 재활용해 추가로 만든 제품인 ‘8·3 인민소비품’에서 파생된 북한 내 은어로 불륜 커플을 의미한다. 지난 1984년 8월 3일 북한 당국이 "공장이나 기업소의 부산물을 활용해 생필품을 만들어 쓰라"고 지시를 내리면서 이후 비정상적으로 제조된 가짜 상품이나 조악한 물품을 의미하는 말로 ‘8·3’이란 말이 사용돼 왔다. 여기에 더해 법적 절차를 마치는 등의 정상적 부부가 아닌 경우 ‘8·3’과 ‘부부’를 합쳐 ‘8·3부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이달(4월)에 들어서 덕천(시)에서는 인민반장들이 주민세대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부부의 공민증을 확인하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부부의 명단을 작성해 안전부에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살고 있는 흥덕동 한 개 인민반에는 25세대가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8·3부부로 단속된 세대는 4세대"이라며 "다른 인민반에도 2~3세대는 8·3부부이며, 이런 경우는 대도시로 나갈수록 더 많아진다"고 언급했다.
북한 당국은 가정을 유지하는 것을 사회의 존립, 발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여기기 때문에 이혼 혹은 사실혼을 사회적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난해 3월 각 도당과 사법기관에 ‘이혼하는 대상들은 사회에 혼란을 조성하고 사회주의 생활 양식에 반하는 대상들로 간주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8·3부부로 불리는 사실혼 현상을 썩어 빠진 자본주의 생활문화로 규정, 단속하고 있지만 사실혼 부부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식량배급제의 붕괴와 장마당의 확산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분석되고 있어 단속과 처벌로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혼인 신고를 마치고 정식 결혼을 하면 배우자까지 부양해야 되는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는 데다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이혼마저 어렵기 때문에, 법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동거를 선호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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