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인줄…아이들 웃음소리 넘쳐나는 장흥 '은퇴자 마을'[지방소멸은 없다]

박영래 기자 2023. 5. 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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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로하스마을, 전국서 모인 40여 세대 90여명 거주
아침마다 초등학교 통학차량 북적…전원마을 롤모델
전남 장흥군 안양면 로하스마을.(장흥군 제공) ⓒ News1

(장흥=뉴스1) 박영래 기자 = "아이들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런 농촌마을은 찾아보기 힘들죠."

거대한 사자가 도약을 위해 일어서려는 형상을 하고 있는 전남 장흥 사자산(667.5m). 그 사자의 앞발톱에 자리하고 있는 안양면 로하스마을은 은퇴자 도시로 조성됐다.

알프스의 어느 전원주택단지를 본뜬 것 같은 아늑한 분위기, 남도의 온화한 기후, 서남해안의 자연경관,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로하스마을은 전원마을, 은퇴도시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은퇴자 마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젊은층의 거주비율도 높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을 곳곳에 넘쳐나는 이채로운 풍경도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매일 아침이면 10여명의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을 태우고 학교로 바삐 향하는 통학버스의 엔진소리가 요란한 로하스마을의 생생한 이야기를 마을일꾼 3명에게서 들어봤다.

올해 로하스마을 이장을 맡은 '퇴직 공무원' 임수동 이장(69)과 '마을 개척자'인 이종천 로하스마을 개발위원장(76), 그리고 '서울 사모님' 정재희 로하스마을 총무(60‧여)가 이야기꾼으로 참여했다.

로하스마을 일꾼들. 왼쪽부터 정재희 로하스마을 총무, 임수동 로하스리 이장, 이종천 로하스마을 개발위원장. ⓒ News1

로하스마을은 2009년부터 도시민 유치를 위해 장흥군이 '3세대가 공존하는 미래지향형 친환경 전원도시'를 목표로 추진했다.

사실상 1단계로 조성된 로하스마을을 비롯해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단독주택 180세대와 공동주택(타운하우스) 120세대 등 총 300세대가 로하스타운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주택단지와 함께 상업시설, 편의시설을 도입해 의료, 문화, 체육, 복지혜택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친환경 전원도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7년 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로하스마을로 입주민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3년 전에는 '로하스리(里)'라는 행정리로 출범했다. 4월 말 기준 43세대, 96명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다.

마을 구성원은 외지인이 70%가량 차지하고 토박이 장흥군민은 30%정도다. 외지에서 들어온 주민들의 경우 서울에서 7세대(11명)가 들어왔고, 광주에서 6세대(10명), 여수에서 3세대(6명), 부산에서 2세대(4명) 등이 이사를 왔다.

마을 구성원 대다수는 은퇴자들이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젊은세대 가구도 10세대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이 마을의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숫자도 10명이 넘는다.

임수동 이장은 "아침이면 안양면, 장흥읍내 초등학교 등에서 통학버스를 보내와 아이들을 실어나른다"면서 "농어촌 학교의 경우 학생이 부족하다보니 우리 로하스마을 학생들을 경쟁적으로 모셔가려 한다"고 전했다.

로하스마을 표지석. ⓒ News1

은퇴한 노부부가 노후를 보내는 여느 전원단지와 달리 로하스마을은 이처럼 젊은층도 다수 들어와 살면서 마을에는 활력이 넘친다.

주변 농어촌마을과 비교해 아동인구가 많은 편에 속하면서 지난 2021년 전남도교육청 공모사업에 '로하스 도란도란 마을학교'가 선정되기도 했다.

'로하스 도란도란 마을학교'는 마을주민들이 아이들에게 직업교육이나 문화강의를 진행하는 시간을 갖고, 방과 후 프로그램과 공동보육을 통해 이웃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소통을 제고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마을 현안을 논의하고 이끌기 위해 개발위원회, 부녀회, 노인회 임원들로 구성된 12명의 운영위원회는 매달 회의를 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마을 단체방도 만들어 수시로 마을소식을 전하고 건의사항을 받는 등 주민간 소통도 활발하다.

평생교육사업이나 장흥군체육회에서 운영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을에서 다수 진행 중이다. 여기에는 장흥군 공무원 출신인 임수동 이장의 경험과 인맥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로하스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마을일꾼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 출신인 정재희 총무의 경우 은퇴 후 시골살이를 꿈꾸며 전원주택을 찾아 로하스마을로 들어온 대표적인 모델이다.

로하스마을 주민들이 체조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 News1

보건복지부 산하 준 정부기관에 근무하던 그는 일찌감치 남편과 함께 명예퇴직을 신청한 뒤 서울생활을 접고 꿈꿔왔던 전원생활을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시작했다.

정재희 총무는 "서울에서 살 당시의 조급함 같은 건 모두 사라지고 너무도 여유가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은퇴자 마을이라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넘치고 마을인심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종천 로하스마을 개발위원장은 "원주민 없이 새로 조성된 마을이지만 젊은 친구들도 다수 들어와 살면서 은퇴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자산 중턱에 자리해 정남향의 입지적인 강점, 마을 앞에 펼쳐지는 자연풍광, 남도의 풍성한 먹거리, 넉넉한 마을인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마을이 조기 안착했다는 평가다.

입소문이 나면서 로하스마을의 이국적인 풍경을 보러오는 관광객들도 줄을 잇고 있다.

농촌지역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취약한 병의원 시설이나 문화향유 공간 부족 등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정재희 총무는 "아프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열심히 운동하는 등 스스로 몸관리를 하는 효과가 있다"고 웃음지었다.

임수동 이장은 "은퇴 도시를 넘어 활력 넘치는 대표적인 농촌마을로 가꿔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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