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장려금 준다는데 받을 아이가 없다?
조세硏, 자녀장려금 보수적 운영방식 지적
자녀장려금제도의 지속적인 수급요건 완화에도 그 수급자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출생아수 감소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제도적으로 자녀장려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인 출생과 양육에 도움이 되도록 수급대상을 보다 확대 및 재편해야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국세청에 따르면 자녀장려금 수급자수는 제도 도입 첫해인 2014년 108만 가구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2022년 수급자수는 첫 해의 절반 수준인 50만 가구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녀장려금 수급자 요건은 꾸준히 완화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출생아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 올해 전체 수급가구수도 전년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출생아 20만명 줄었는데 자녀장려금 수급자는 50만가구 빠져
자녀장려금 수급가구 감소의 배경에는 출생아수 급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녀가 있는 가구에만 장려금이 지급되는데, 태어나는 아이가 적다보니 기본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기 어렵다.
실제로 출생아수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이고 빠르게 감소했다. 2012년 48.5만명이던 출생아수는 2016년 40.6만명, 2019년에는30.3만명까지 떨어졌다. 2022년에는 2014년의 절반인 24.9만명까지 감소했다.
자녀수에 따라 지급하는 자녀장려금 수급자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그 감소폭이 출생아수 감소폭보다 훨씬 크다.
자녀장려금제도가 도입된 2014년 장려금 수급가구는 108만 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해마다 줄어들다가 2021년에는 58만 가구로 반토막이 났고, 2022년에도 수급가구는 50만 가구 초반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출생아수가 20만명 줄어드는 사이 자녀장려금 수급가구는 50만가구가 빠진 셈이다.
단순히 인구변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차이인데, 자녀장려금 수급기준이 계속해서 완화돼 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자녀장려금은 제도 도입 이후 수급대상 확대를 위해 지급기준을 계속 완화해 왔다. 출발 당시 1억4000만원이던 가구원 재산요건은 2015년에 2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 다시 2억4000만원으로 완화됐다. 2019년에는 최소지급액도 50만원에서 70만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수급자수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은 같은 기준으로 재산요건을 완화한 근로장려금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근로장려금은 2014년에 전년도 85만가구에서 236만가구로 수급자수를 크게 늘렸고, 2018년에는 전년도 273만가구의 갑절 수준인 498만가구로 수급자수가 껑충 뛰었다.
근로장려금의 경우 자녀장려금과 같은 재산요건을 부여하는데, 그밖에도 가구의 구성과 소득, 수급연령 등 다양한 요건에서 수급기준 완화가 이뤄졌다. 근로자 뿐만아니라 사업자도 수급대상에 추가했고, 연령기준을 폐지하거나 소득기준을 확대하는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녀장려금은 재산 요건 외에는 수급요건의 변화가 많지 않았다. 홑벌이나 맞벌이 가구냐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두지만, 소득 4000만원 미만가구의 자녀수에 따라 장려금을 차등지급하는 단순한 지급구조가 유지됐다.
현재는 4000만원 미만 소득구간에 따라 자녀 한 명은 50만원~80만원, 2명은 100만원~160만원, 3명은 150만원~240만원까지 장려금이 일괄 지급된다.
보수적 요건이 수급가구 확대 제한해
이에 따라 단순하고 보수적인 자녀장려금의 수급기준이 수급자수를 늘리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급기준이 너무 좁게 설계돼 그 대상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병목 선임연구원이 2022년에 작성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의 형평성 효과' 보고서를 보면, 자녀장려금의 수급률은 전체 가구의 3.2% 수준으로 근로장려금의 수급률 17.6%보다 크게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가구의 3.2%만 자녀장려금 지급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궁극적으로 자녀양육과 인구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라기에는 그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실제로 전체 가구에서 자녀가 있는 유자녀가구의 비율은 소득이 비교적 많은 경우 높게 나타난다.
보고서에 인용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소득분위별 유자녀가구 비율은 소득 1분위에서 7.7%로 낮지만, 2분위는 19.3%로 오르고, 3분위(27.8%), 4분위(30.3%), 5분위(29.7%)는 30%수준으로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자녀장려금 수급가구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1분위와 2분위에 집중돼 있다. 자녀장려금 수급가구 중에서도 1분위(5.7%)보다 2분위(9.5%)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2분위에 자녀가 많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자녀장려금이 맞벌이가구보다 홑벌이가구에 더 집중지원되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했다.
자녀장려금의 맞벌이가구 수급률은 2.6%로 홑벌이가구 수급률(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이것이 실제 양육환경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맞벌이로 가정 양육시간이 부족한 가구일수록 보육시설이나 학원에 보내는 등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자녀장려금 제도는 맞벌이가구의 이러한 노동시간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자녀장려금 수급가구 58만가구 중 홑벌이가구가 48만4000가구, 맞벌이가구는 9만4000가구로 홑벌이가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기존에 운영중인 양육수당, 아동수당 등이 가구 노동시장 참여상황에 따른 왜곡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녀장려금 역시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불이익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병목 선임연구위원은 "자녀장려금은 근로장려금과 수급가구의 중복성이 매우 높고, 그 대상을 지나치게 저소득층으로 한정함으로서 근로장려금에서의 제도분리운영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기존 보육료지원 등 재정제도들과 상관관계 속에서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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