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 21세기 자국우선주의와 지정학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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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1세기의 30여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규범에 기반한 무역질서와 시장중심의 민주주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1980년대 말 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체제전환국들이나 적대적 관계에 있던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 주도의 세계주의 체제에 편입되는 듯했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WTO를 무시하고,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WHO를 탈퇴하며 자신이 구축했던 국제규범에 따른 자유주의 질서를 스스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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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1세기의 30여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규범에 기반한 무역질서와 시장중심의 민주주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막강한 힘을 갖고 최종 중재자로 지역적 분쟁을 억제하고 안정과 자유시장을 지향하는 국가들을 지지했다. 특히 1980년대 말 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체제전환국들이나 적대적 관계에 있던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 주도의 세계주의 체제에 편입되는 듯했다. 토마스 프리드만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2000)에서 말한 황금구속복(개방과 무역, 자유화라는 의복)이라는 세계화는 국가를 번영의 길로 유도하고 이는 결국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이 만연했다. 실제로 21세기 초반에 세계는 물가도 안정되고 경제도 성장하는 대완화기를 즐겼다.
그러나 세상은 기대하는 것만큼 이러한 상황이 오래가지 못했다. 글로벌화를 주도한 미국에서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세계화로 인해 공장들이 미국에서 빠져나갔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미국 사회를 떠받치던 백인 중산층이 무너졌다. 그 결과 사회는 양극화됐고 정치는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정치권력을 위해 자국우선주의를 외쳤다. 자국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어 대통령이 된 대표적 정치가가 트럼프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WTO를 무시하고, 기후협약을 탈퇴하고, WHO를 탈퇴하며 자신이 구축했던 국제규범에 따른 자유주의 질서를 스스로 부정했다. 이를 비난하며 다음 대통령이 된 바이든도 슬로건만 바뀌었지 미국 우선주의의 본질은 차이가 없고 더욱 정교하게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한 반도체법 등 'made in America'를 외치고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미중패권다툼이 있다. 중국은 세계화의 이익을 챙기며 뒤로는 국가 주도발전전략으로 패권을 노린다는 것이 미국의 인식이다. 현재 중국은 확고부동한 G2이고 2035년에는 미국을 능가해 G1으로 장기계획도 갖고 있다.
국제정치이론에서 국가간의 전쟁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권력전이이론이 있다. 이는 새롭게 등장하는 도전국이 기존의 지배적 국가 보다 빠르게 성장해, 양국의 국력이 비슷해지는 단계에 도달하면서 도전국이 현상유지에 만족하지 않을 때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특히 도전국의 국력이 장기간 상승 후 급격한 하락이 전망될 때가 위험이 가장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 개방이후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와 2001년 WTO가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은 급속한 생산인구의 감소, 자원의 고갈, 중국의 팽창에 따른 미국과 주변국의 견제 등으로 기존의 성장을 보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상황은 권력전이이론의 지정학적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정학적 위험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미·중간 갈등으로 높아진 동아시아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은 우리나라의 안정과 번영에 매우 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소규모개방경제이다. 미·중간의 패권경쟁으로 우리의 입지는 매우 좁아지고 있다. 대국간의 패권다툼에서 주변에 있는 소국들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경전하사(鯨戰蝦死)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적 지혜가 절실한 시기다. 정략적 유불리가 아니라, 21세기 세계적 대변혁에 따른 지정학적 위기를 직시해 경전하사가 없도록, 우리의 국익과 이를 위한 국가전략이 무엇인지를 위한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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