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에 대한 리뷰다
금정연 외 <책에 대한 책에 책>
편않 출판사 / 184쪽 / 1만6800원 책에>
이건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에 대한 리뷰다. 다시.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이라는 이름도 요상한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다. 책에 대한 책을 읽고 쓴 서평을 묶어놓은 책을 읽고 쓴 서평이라는 의미다.
'이 무슨 말장난인가' 싶다면 "출판사 이름을 볼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셨어야죠" 하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이 나온 출판사는 '편않'. '편안'의 오타가 아니다. 출판공동체 '편집자는 편집을 하지 않는다'의 줄임말이다.
출판사 이름, 제목, 판권지를 활판인쇄한 것 같은 모양새의 표지, 그리고 저자의 면면에서 책을 읽기 전부터 '활자를 제대로 갖고 놀겠다'는 예감이 든다. 인터넷 서점 MD 출신 서평가인 금정연 작가, 도서출판 마티의 서성진 편집자, 뉴스레터 '콘텐츠 로그' 발행인 서해인…. 책과 글을 다루는 데 능란한 저자들이다.
그러니까 이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책이다. 제자리에 잘 꽂힌 책처럼, 공감의 웃음을 자아내는 문장들을 박아뒀다.
예컨대 금 작가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책 <NO-ISBN><no-isbn><no-isbn><no-isbn>을 읽고 쓴 'ISBN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자신의 끊임 없는 책 욕심을 고백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손에 피, 아니 잉크, 아니 눈물을 묻히며 책장에 자리 잡지 못한 책들을 떠나보낸다고 해도 그때뿐이다."
책장에 이중삼중으로 쌓아놓은 책을 모두 읽기란 불가능하다. 사거나 선물 받아놓고 까맣게 잊고 지낸 책도 있기 마련이다. 읽기를 미뤄뒀더니<no-isbn><no-isbn> 결국 '서평 책에 대한 서평'을 쓰게 만들었다는 걸 이렇게 썼다. "나는 모든 책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책들은 복수를 한다."
ISBN은 '책들의 주민등록번호'인 국제도서표준번호다. 서점 MD였던 그에게 이 번호는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굳건한 기준이었지만, ISBN<no-isbn>은 주민등록부 바깥에 무수한 책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책의 세계란 이토록 방대하다.
그는 "정말이지 책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좋다"는 사랑 고백으로 글을 맺는다.
그렇다고 마냥 호락호락한 사랑은 아니다.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셀라와 다른 저자들이 나눈 대담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는 솔직한 평가, "미술에 문외한인 독자가 있다면 대담 아닌 다른 꼭지들을 먼저 읽을 것을 권한다" 같은 실용적인 독서 조언도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면 기획부터 판매까지 책의 '전 생애'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물론, 평소 책을 멀리 하는 사람은 이 책을 결코 집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책의 태생적 함정이긴 하다.
책 자체의 만듦새 역시 흥미롭다. 타자기 서체를 연상시키는 본문 서체, '손때 묻은 책이 되겠다'고 선언하듯 덧싸개조차 없이 과감하게 흰색을 택한 표지….
서 편집자는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을 읽은 뒤 오늘날 책의 물성에 대한 생각을 이어간다.
전자책, 오디오북과 종이책이 공존하는 시대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에 내가 출판 일을 하고 있다. 아주 긴 책의 역사에서 보면 지금이 전통적인 종이 코덱스, 실험적인 아티스트 북, 수천 권을 담고도 가벼운 전자책, 문자로 쓴 책, 이미지로만 연결한 책, 덜렁 종이만 묶은 책, 영상과 결합한 책 등 다양성이 폭발한 짧은 시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즐기리라, 독자로서. 그러나 편집자로서는 ‘내용’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형태는 내용을 따라가면 그만이고, 내겐 그것이 책이다."
그야말로 지독한 사랑이다. <책에 대한 책에 대한 책>을 기획한 이윤우 편집자는 '서문'에서 원래 '이상한 책에 대한 책'을 기획하다가 이 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한 책에 대한 책'이 '책에 대한 (이상한) 책'이 된 셈이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책의 세계는 정말로 너무 이상하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졌다." 이런 진심 어린 초대는 무시하기 힘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no-isbn></no-isbn></no-isbn></no-isbn></no-isbn></no-is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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