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깜찍한 ‘이놈들’…알고보니 집단성관계 매니아라고? [생색(生色)]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5. 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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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2] 윤슬이 가득한 바다, 늘씬하고 매끄러운 피부의 사내 넷이서 떼 지어 수영합니다. 바다를 가르며 뽐내는 접영 솜씨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지요.

이들이 어느 순간 한 곳을 바라봅니다. 이내 갑자기 수군댑니다. 무슨 꿍꿍인가 했더니, 맘에 드는 여성을 발견한 것이었지요. 한꺼번에 달려간 이들. 본색을 드러냅니다. 사내 둘이 여자를 잡고 뒤에서 다른 남자가 몸을 비비면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패거리, 가만보니 한 두번한 솜씨가 아닙니다. 한 녀석이 거사를 끝내면 다른 녀석이 그 뒤를 잇습니다. 이들은 매번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표적을 발견하곤 했었지요. 귀엽고 깜찍한 얼굴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도 한 둘이 아닙니다. 조심해야 할 이들, 바로 돌고래입니다.

호주 퀸즈랜드 인근 해안가에서 헤엄치는 돌고래. <저작권자=BabyNuke>
돌고래는 수컷 여러마리가 암컷 한마리와 관계하나
돌고래 수컷은 집단으로 짝짓기합니다. 적어도 수컷 세 마리가 한 팀으로 활동하면서 여성 돌고래와 교미하려고 시도하지요.

번식의 측면에서 다른 수컷들과 암컷을 공유하는 건 최악의 선택에 가깝습니다. 암컷이 집단 성관계 후에 임신하더라도 수컷으로서는 자신의 아이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수컷 돌고래들은 개의치 않고 집단 성관계를 이어가지요.

홍해에 출몰한 돌고래 무리. <저작권자=Serguei S. Dukachev>
진화론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돌고래는 물속에 살지만 폐로 숨을 쉬는 포유류입니다. 교미 또한 수컷의 성기가 암컷의 생식기에 삽입이 되어야 하는 ‘체내수정’ 형태로 이뤄집니다. 체외수정을 하는 어류들과는 다른 모습이지요.
“무....물속에서...대단한 놈들이군”.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문제는 물 속에서 체내수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수영도 하면서 성관계를 한다고 생각해보시지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더구나 돌고래는 손과 발도 없지요.
돌고래 수컷은 ‘교미용’ 친구를 사귄다
하지만 돌고래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수컷들은 집단을 이뤄 짝짓기 연습을 하면서 합을 맞춥니다. 두 마리가 암컷의 자세를 잡으면, 다른 한 마리가 교미를 하는 것이지요. 일이 끝나면 다른 친구가 와서 또 성관계를 이어갑니다.

여기서 잠깐. 이를 ‘강제적인’ 관계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암컷이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몸을 계속 움직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컷이 거절의 의사로 몸을 흔들어대면 수컷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지요. 합의로 이뤄지는 성관계는 수컷이 10마리까지 구성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고 하지요.

돌고래가 케네디 우주 센터 근처에서 수영하는 모습. <사진 출처=NASA>
수컷 돌고래들의 고환(과 성기)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암컷이 여러 수컷과 성교를 하다 보니, 수컷들은 한 번의 성교에서 많은 정자를 전달해야만 번식에 성공할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릴라의 고환이 작은 이유와는 정반대인 셈입니다(생색 1화 참조).

하지만 돌고래의 생식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커다란 성기를 내놓고 물 속을 헤엄칠 경우 큰 에너지가 소비되기에 이를 숨길 수 있게끔 진화해서입니다. 수영선수들이 털 한 올이라도 제거하고 타이트한 수영복을 입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수컷 돌고래들은 암컷이 없는 경우에도 짝짓기를 연습합니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역할을 하고, 나머지 수컷들이 교미를 시도하는 것이죠. 배를 뒤집어서 서로의 피부를 접촉하고 쓰다듬는 일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돌고래의 사랑에는 성별이 없다
하지만 단순히 ‘연습’으로만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상대가 수컷일 뿐 암컷과 짝짓기할 때 와 같은 모습이 종종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은 이를 동성끼리의 성교로 판단합니다. 수컷끼리 몸에 올라타고 생식기를 맞대고 비비적비비적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성애입니다. 한 수컷이 다른 수컷의 생식기를 주둥이로 비비는 ‘구징’ 행동까지도 종종 목격되지요.
“나 어느순간 너가 친구로 안보여..숨겨왔던 나의~”. 돌고래들은 동성애를 가장 많이 하는 동물 중 하나다. <사진 출처=위키피디아>
수컷들은 이런 성교 연습과 동성애를 통해 유대감을 강화합니다. 수컷들끼리 서로 애정을 전달함으로써 추후 ‘실전 짝짓기’(?)가 이뤄질 때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할 수가 있습니다. 돌고래가 사회적 동물로 통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동성애 비판자들은 “자연에 반하는 행위”라는 표현을 자주 쓰지만, 의외로 자연에서 동성애를 즐기는 동물이 많습니다. (추후 생색의 주제입니다) 사랑을 하는 데 성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건 인간만이 아닌 셈입니다.

귀엽고 깜찍한 돌고래의 성생활은 마냥 귀엽기만 한 건 아니다. <저작권자=Ste Elmore>
<세줄요약>

ㅇ귀여운 돌고래는 수컷 여러마리가 암컷 한마리와 떼 지어 교미한다.

ㅇ다른 어류들과 달리 해양포유류인 돌고래는 체내수정을 해야 해 물속에서 교미 자세를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수컷 돌고래들이 암컷을 잡아줘야 성관계가 가능한 구조다.

ㅇ수컷 돌고래들끼리는 교미 연습을 하다가 서로 동성애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이렇게 사회성을 발달시켰다.

<참고문헌>

ㅇ제레드 다이아몬드, 섹스의 진화, 사이언스북스,2005년

ㅇ에밀리 윌링엄, 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뿌리와이파리, 2021년

ㅇEBS 다큐멘터리 ‘연애기계’,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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