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깜찍한 ‘이놈들’…알고보니 집단성관계 매니아라고? [생색(生色)]
[생색-2] 윤슬이 가득한 바다, 늘씬하고 매끄러운 피부의 사내 넷이서 떼 지어 수영합니다. 바다를 가르며 뽐내는 접영 솜씨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지요.
이들이 어느 순간 한 곳을 바라봅니다. 이내 갑자기 수군댑니다. 무슨 꿍꿍인가 했더니, 맘에 드는 여성을 발견한 것이었지요. 한꺼번에 달려간 이들. 본색을 드러냅니다. 사내 둘이 여자를 잡고 뒤에서 다른 남자가 몸을 비비면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패거리, 가만보니 한 두번한 솜씨가 아닙니다. 한 녀석이 거사를 끝내면 다른 녀석이 그 뒤를 잇습니다. 이들은 매번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표적을 발견하곤 했었지요. 귀엽고 깜찍한 얼굴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도 한 둘이 아닙니다. 조심해야 할 이들, 바로 돌고래입니다.
번식의 측면에서 다른 수컷들과 암컷을 공유하는 건 최악의 선택에 가깝습니다. 암컷이 집단 성관계 후에 임신하더라도 수컷으로서는 자신의 아이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수컷 돌고래들은 개의치 않고 집단 성관계를 이어가지요.
여기서 잠깐. 이를 ‘강제적인’ 관계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암컷이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몸을 계속 움직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암컷이 거절의 의사로 몸을 흔들어대면 수컷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지요. 합의로 이뤄지는 성관계는 수컷이 10마리까지 구성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돌고래의 생식기를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커다란 성기를 내놓고 물 속을 헤엄칠 경우 큰 에너지가 소비되기에 이를 숨길 수 있게끔 진화해서입니다. 수영선수들이 털 한 올이라도 제거하고 타이트한 수영복을 입는 것과 같은 원리이지요.
수컷 돌고래들은 암컷이 없는 경우에도 짝짓기를 연습합니다. 수컷 한 마리가 암컷 역할을 하고, 나머지 수컷들이 교미를 시도하는 것이죠. 배를 뒤집어서 서로의 피부를 접촉하고 쓰다듬는 일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 비판자들은 “자연에 반하는 행위”라는 표현을 자주 쓰지만, 의외로 자연에서 동성애를 즐기는 동물이 많습니다. (추후 생색의 주제입니다) 사랑을 하는 데 성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건 인간만이 아닌 셈입니다.
ㅇ귀여운 돌고래는 수컷 여러마리가 암컷 한마리와 떼 지어 교미한다.
ㅇ다른 어류들과 달리 해양포유류인 돌고래는 체내수정을 해야 해 물속에서 교미 자세를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수컷 돌고래들이 암컷을 잡아줘야 성관계가 가능한 구조다.
ㅇ수컷 돌고래들끼리는 교미 연습을 하다가 서로 동성애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이렇게 사회성을 발달시켰다.
<참고문헌>
ㅇ제레드 다이아몬드, 섹스의 진화, 사이언스북스,2005년
ㅇ에밀리 윌링엄, 페니스 그 진화와 신화, 뿌리와이파리, 2021년
ㅇEBS 다큐멘터리 ‘연애기계’,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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