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韓사기장, 日 도자 문화를 꽃피우다…그 恨의 역사

김일창 기자 2023. 5.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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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자문화사 전문가 조용준씨가 일본 도자기에 들어있는 역사적 아이러니와 조선 사기장의 한을 보다 깊게, 다층적으로 파헤친 책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일본의 도자기는 수백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독보적인 기술력과 문화산업을 구축했지만, 그 찬란한 성장 속에는 조선 사기장의 눈물이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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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도도 출판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세계 도자문화사 전문가 조용준씨가 일본 도자기에 들어있는 역사적 아이러니와 조선 사기장의 한을 보다 깊게, 다층적으로 파헤친 책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일본의 도자기는 수백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독보적인 기술력과 문화산업을 구축했지만, 그 찬란한 성장 속에는 조선 사기장의 눈물이 감춰져 있다.

일본 도자기는 뛰어난 예술성과 실용성을 강점으로 근대화시기 유럽 각지로 수출되며 일본이 막대한 부를 쌓고 메이지유신을 추진할 수 있었던 자본의 근간을 마련해줬다.

일본은 파리만국박람회와 비엔나만국박람회 등을 통해 자국의 도자기를 세계에 알리며 판매에 활기를 띠었고 탄탄한 자본력이 구축되자 아시아 침략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는 대한제국 강제 점령으로 이어진다.

이번에 출간된 개정증보판에서는 일본 도자기에 얽힌 우리나라의 역사적 비극이 구체적인 사례와 다양한 사료로 제시된다.

일본 도자기의 시작을 말할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열등감과 조선 사기장 이삼평의 백자광 발견을 빼놓을 수 없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미천한 출신을 숨기고 다이묘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차와 찻잔, 다도를 이용했고 특히나 조선 찻사발을 몹시 갖고 싶어 했다.

임진왜란에 참여했던 다이묘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런 욕망을 채우고자 수많은 조선 사기장을 납치했는데 그중 이삼평이 있었다.

이삼평은 조선 도자기와 비슷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흙을 찾아 일본 이곳저곳을 헤맸고 마침내 아리타 이즈미 산에서 백자광을 발견, 일본 최초의 백자 도자기를 만든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까지 이삼평에게 도자기 제조 기술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고 오늘날 일본의 대표적인 도자기 마을 아리타가 형성된다.

조선 사기장들은 일본에서 대를 이어가며 조선 도자기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매혹적이고 독자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단정하고 기품 있는 형상과 절묘한 유약이 조화를 이루는 다카토리야키, 도자기 표면에 유약이 자연스레 흐르는 듯한 세련된 멋의 아가노야키, 정교한 양각과 투각 기법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미카와치야키, 청화백자와 국화 무늬 세공의 세밀한 장식에서 두각을 보이는 나카사토야키, 다양한 색채의 유약을 발라 구운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 화려한 분위기의 아리타야키 등은 그 형태와 색감, 질감 면에서 독자적인 경지를 이루었고 지금까지도 일본 최고의 가마로 인정받는다.

조선에서 솜씨 좋은 사기장들을 납치해간 뒤 도예 기술의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한 우리나라와 달리 발전을 거듭하며 독자적인 도자문화를 꽃피운 일본, 책은 그 통한의 역사를 살피며 우리 도자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로운 문화 창출의 방향을 제시한다.

△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조용준 저 / 도도 / 2만2000원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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