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블록데몬, 왜 위믹스·엑스플라 택했나
"한국 시장 '게임파이' 잠재력 커…올해는 지갑 인프라에 사활"
(오스틴=뉴스1) 박현영 기자 = "한국은 가상자산 시장에선 단연 '빅 리더'입니다. 법인의 투자가 막혀있는 부분은 좀 아쉽지만, 이 부분이 열리면 한국 시장은 더욱 '리딩 마켓'이 될 것입니다".
알렉스 킴(Alex Kim) 블록데몬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컨센서스 2023' 현장에서 <뉴스1>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컨센서스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콘퍼런스다.
국내에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블록데몬은 '노드 사업'의 1인자로 통한다. 60여개 블록체인 플랫폼 메인넷에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인프라와 지갑 인프라를 제공하는 미국 최대 규모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유명 펀드 및 벤처캐피탈(VC)로부터 블록데몬이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약 4억달러(5358억원)에 달한다. 2017년 창립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지만 직원 규모도 220명이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아일랜드, 독일, 덴마크에는 지사를 두고 있다.
◇한국 '게임파이' 잠재력 커…위믹스·엑스플라 택한 이유
이 같은 규모를 자랑하는 블록데몬이 택한 한국 파트너는 위메이드의 위믹스와 컴투스의 엑스플라다. 블록데몬은 위믹스 블록체인과 엑스플라 블록체인 모두에 직접 노드(밸리데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노드는 단순히 블록을 생성하고 가상자산 보상을 받는 역할을 넘어, 해당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블록데몬은 한국 시장의 잠재력, 그 중에서도 '게임파이(GameFi, 게임과 디파이의 합성어)'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위믹스 및 엑스플라와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게임파이란 탈중앙화금융을 뜻하는 '디파이'와 게임의 합성어로, 토큰이코노미가 적용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을 칭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킴 총괄은 "블록데몬은 한국을 아주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가장 큰 이유는 리테일(일반 소비자) 투자 규모가 아주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선 기관투자자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것과 달리, 한국 시장은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법인, 즉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열릴 경우 시장은 더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국내 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킴 총괄은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규제로 인해 발전 속도가 살짝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면 더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잠재력을 보고 한국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위믹스에 대해선 "직접 밸리데이터(노드)로 참여하며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블록데몬이 '게임파이'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믹스는 토큰이코노미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이미 성공한 게임들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블록데몬에게는 좋은 파트너"라고 밝혔다.
컴투스 엑스플라의 노드로 참여하는 이유도 위믹스와 비슷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킴 총괄은 위믹스 및 엑스플라와의 협업을 통해 블록데몬도 게임파이에 관한 지식을 얻고 있다며 "한국은 모바일 및 게임 분야에서 크게 발전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큰 잠재력이 있는 시장인 만큼 한국에서도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킴 총괄은 "FTX 사태 이후 미국에서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보다 정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생기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규제가 더 명확해져서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FTX 사태 이후 '셀프 커스터디' 수요↑…지갑 인프라 지원에 '사활'
앞서 그가 밝혔듯 FTX 사태 이후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미국 규제당국도 명확한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FTX가 거래소 자산과 고객 자산을 제대로 분리 보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상자산사업자가 고객 자산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와 관련한 규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셀프 커스터디(자기 수탁)'가 주목받고 있다. 셀프 커스터디란 개인이 특정 사업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온전히 지니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컨센서스에서도 셀프 커스터디와 관련한 다양한 발표 세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셀프 커스터디가 실현되려면 이를 지원해주는 지갑 서비스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를 '셀프 커스터디 월렛(지갑)'으로 통칭한다. 셀프 커스터디 지갑들은 고객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프라이빗 키를 암호화 및 분산화된 공간에 따로 저장하고, 고객이 자신의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온전히 지닐 수 있도록 지원한다.
블록데몬은 여러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들이 셀프 커스터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갑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기관 및 사업자들이 제3기관에 가상자산을 수탁하지 않고도 자기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관용 지갑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노드 사업과 더불어 블록데몬은 앞으로 이 같은 '셀프 커스터디' 지갑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킴 총괄은 "FTX 사태 이후 사업자들이 고객 자산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슈가 계속 제기돼왔다"며 "블록데몬은 고객이 자기 자산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프라이빗 키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갑의 보안을 극대화한 'MPC(Multi-Party Computation)' 기술이 블록데몬만의 장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MPC란 지갑에서 출금 등 거래가 발생할 시, 두 명 이상의 참여자가 거래를 승인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의 승인만으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보안성이 보다 높다.
MPC 지갑 솔루션을 처음 개발한 건 덴마크의 세피어(Sepior)라는 스타트업이다. 블록데몬은 세피어를 인수, 지갑 인프라에 MPC 기술을 더했다. 킴 총괄은 "블록데몬이 인수한 덴마크 팀은 현재 오픈소스로 널리 쓰이고 있는 MPC 알고리즘을 만든 회사"라며 "지금은 여러 지갑 인프라들이 MPC 기술을 적용했지만 원조 알고리즘은 블록데몬의 덴마크 팀이 만들어 배포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MPC 기술을 적용했더라도 다른 지갑 인프라에 비해 블록데몬의 인프라가 더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데몬의 올해 목표는 지갑 인프라를 세계 각국에 제공하는 것이다. 킴 총괄은 "싱가포르, 태국, 홍콩,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까지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갑 인프라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블록데몬의 지갑 인프라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킴 총괄은 "한국에도 대형 거래소를 포함해 밸리데이터 기업, 스테이킹(예치) 기업 등 블록데몬 지갑을 활용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한국에서 법인 투자가 허용되면 셀프 커스터디 지갑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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