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봣수다] 평범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특별한 수요일'
"특별한 사람들 아냐…오히려 마음의 안정찾고와"
[편집자주] [만나봣수다]는 우리의 이웃, 가족, 친구의 이야기를 뉴스1 제주본부가 찾아가 들어보는 미니 인터뷰입니다. 유명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그 누구든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만나봣수다는 '만나봤습니다'의 제주어입니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가족이 돼버린 거죠."
대한항공 제주여객서비스 지점 사내 봉사단인 '다솜마루'에서 총무를 맡고 있는 우수희 과장의 말이다.
다솜마루는 '사랑의 언덕'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2006년 창립한 이 봉사단체는 올해로 17년째를 맞는다.
우수희 과장이 소속된 '탑승 수속' 직원부터 정비사, 사무직 등 항공사의 다양한 직군들 65명이 가입돼있다. 다솜마루의 '회장님'도 항공기 정비사인 손형태 회장이다.
다솜마루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이 되면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중중장애인 재활시설인 창암재활원을 찾아 목욕봉사를 한다.
목욕뿐만아니라 청소, 나들이 등 다양한 봉사활동과 명절에는 간식과 물품 등을 후원하고 있다.
우 과장은 다솜마루 초창기 회원이다. 총무를 맡은지만 10년이 됐다.
우 과장처럼 초기부터 활동한 회원도 10여명이나 된다.
우 과장과 같은 탑승 수속 업무를 하는 정은영 차장도 그 중 한 명이다.
정 차장은 "세월이 이렇게 많이 지난지도 몰랐다"며 "처음에는 목욕시킬때 아이들이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하루하루, 1년이 되고 세월이 흘러 이제는 눈웃음으로 반겨준다"고 흐믓해했다.
다솜마루와 창암재활원의 인연은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던 선배 정비사가 퇴사 후 재활원 원장에 취임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손형태 회장은 "정비사 선배가 재활원 원장이 됐다고해서 조금씩 참여한게 오늘까지 이어졌다"며 "좋아서 하는 일인데 관심을 받는 게 쑥스럽다"고 했다.
2013년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아 근무하다 타 지난해 3월 제주에 복귀한 손 회장은 10년만에 만난 재활원 식구들의 눈빛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10년동안 못보던 친구들이 반겨주는 모습에 가슴이 울컥했다"며 "10년 전 어린아이였던 친구가 이제는 다 큰 어른이 됐더라. 비록 재활원 친구들이 정확히 표현하는데는 어려움은 있지만 눈빛에서 반가움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태용 창암재활원 운영지원팀장은 "재활원 이용자들은 가벼운 산책이나 목욕에도 2명 이상이 필요할만큼 인력이 부족한데 다솜마루 회원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아무래도 돌발상황도 종종 일어날 수 있는데 10년 넘게 하시다보니 대처도 빠르고 안심이 된다"며 "저희가 해드릴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최근에 정부에 표창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흐르만큼 애정도 깊어만갔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봉사활동이 중단되고 약 3년만에 다시 찾은 재활원에서 우 과장은 눈물을 훔쳐야했다.
우 과장은 "한곳에서 봉사활동을 오랜기간 하다보면 소녀, 소년이었던 아이들이 성정하는 과정을 쭉 지켜보게 되고 정도 들었는데 친구 한명이 코로나 기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코로나 시기 어떻게 지내는지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너무 미안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은 봉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루에도 수만명이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쉴새없이 뜨고 나는 항공기와 승객들을 맞이하는 업무 특성상 때론 마음의 상처도 입지만 재활원에서 힘을 얻는다고 한다.
정 차장은 "우리가 특별해서 오랜기간 봉사활동을 한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재활원에 다녀오고 나면 그들에게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는다. 장애인과 관계에 비교적 익숙하다보니 장애인 승객을 대할때도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 차장은 "재활원 봉사가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맞아"며 "한두번 경험해서 포기하지말고 많은 분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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