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1분기 실적 '굿 스타트' 

김기훈 2023. 5.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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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 '어닝서프라이즈'…KB·신한도 '양호'
거래대금 급증·채권금리 하락 효과 '톡톡'

연초 '상저하고' 전망이 무색하게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늘고 채권금리는 하락하면서 우려와 달리 증권사들이 1분기에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실적시즌의 서막을 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NH투자증권을 필두로 줄줄이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으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래픽=비즈워치

NH, '깜짝실적'…KB·신한도 '선전'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 없음) 계열 증권사 4곳이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전분기보다 나은 실적을 뽐낸 가운데 NH투자증권의 기세가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841억원으로, 작년 4분기 당기순익 691억원보다 무려 166% 급증했다. 작년 1분기 1023억원과 비교해도 80% 많은 것은 물론 시장 컨센서스를 39% 이상 웃도는 수치다.

같은 기간 KB증권도 1419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전분기 1143억원 당기순손실에서 흑자전환한 것은 물론 지난해 1분기 1159억원보다도 이익 규모를 22% 넘게 늘린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1194억원의 순익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신한투자증권은 KB증권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4분기 157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한 분기 만에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올 1분기 순익은 1년 전에 기록한 1045억원보다도 15% 많다.

다만 하나증권은 지주 계열 증권사 중 홀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증권의 1분기 순익은 834억원으로, 전분기 1540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1분기 1187억원과 비교하면 이익 규모가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회사 측은 각종 충당금을 200억원 넘게 반영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워치

거래대금 급증에 채권금리 하락 효과 '톡톡'

당초 짙은 먹구름에 휩싸였던 증권사 실적이 우려와 달리 좋게 나오는 데는 우선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식 거래대금 증가 덕분이다.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는 증권사들의 전통적 수익원이자 여전한 핵심 수익원이다. 거래대금이 늘어날수록 증권사의 실적 농사에 도움이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외화 거래대금도 729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5% 이상 늘었다.

지난해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으나 최근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점차 증시로 유동성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것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이 9조6000억원으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의 전체 증가세를 주도한 점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등을 위시한 2차전지 테마주에 투자자들이 몰린 영향이 컸다.

증권사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요소 중 하나인 채권금리가 올 들어 급격히 떨어지면서 채권운용 부문의 평가이익이 늘어난 것도 도움을 줬다. 실적 개선이 가장 뚜렷한 NH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금리 상승에 유난히 취약했으나 올해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이익 증가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연초 기업공개(IPO) 증가와 회사채 발행 등에 따른 투자은행(IB) 부문의 수익 증가 역시 증권사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다만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2분기에도 계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최근 몇 년간 증권사들에 '복덩이' 역할을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려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PF 관련 업황 회복은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조정에 있어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최근 비은행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리스크를 평가하면서 연체율의 빠른 상승을 우려했다"면서 "이와 함께 신규 PF 딜이 감소함에 따라 증권사 수익성이 저하되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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