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압구정' 종상향에 기부채납 감소…우리 동네는?
기부채납 비율 10%대…랜드마크 건립 혜택
막대한 예산 마련 우려…지역 형평성 지적도
서울 압구정 일대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밑그림이 처음 공개됐다. 5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해 1만 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강 수변과 도심을 잇는 도시계획을 통해 서울시의 랜드마크 단지로 건립하겠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마포구 상암동의 대관람차 '서울링'과 노들섬 디자인 계획 등이 앞서 발표됐다. 다만 대규모 건설 계획에 막대한 예산 문제와 형평성 문제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레이트 한강? 그레이트 압구정!
서울시는 지난달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특별계획구역 2~5구역의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 현재 진행 중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의 경과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건축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신통기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제도로 민간 개발을 공공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참여해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압구정 2~5구역은 지난 2021년 말 신통기획을 신청했다.
압구정 2~5구역은 최고 용적률인 300%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인근 도로, 공원 등의 기부채납과 용적률을 맞바꾼다. 용적률 상향으로 가구 수가 증가하면 일반분양 수익으로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3구역에서 3호선 압구정역과 가까운 단지는 기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된다. 최고 층수 49층을 적용할 경우 가구 수는 4065가구에서 5810가구로 43% 증가한다. 3구역 조합은 이보다 높은 최고 70층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기부채납으로 압구정~서울숲 간 보행로를 제안했다. 한강변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공원과 문화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건립 비용은 최고 2500억원으로 추산했다. 수변 공원은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외 △2구역 1924→2700가구 △4구역 1341→1790가구 △5구역 1232→1540가구 등으로 가구 수가 25~40%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창의적 디자인을 적용할 경우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도 가능하다"며 "공원 등의 건립비용을 기부채납으로 진행하면 서울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형평성 논란 지속…다른 동네는?
서울시의 한강 인근 랜드마크 건립 프로젝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구체적 방안을 공개했다. 한강변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랜드마크를 곳곳에 설치하는 내용이다.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는 대관람차 '서울링'을 짓고,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은 다리와 전망대, 공연장 등을 갖춘 시설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이외 뚝섬, 잠실, 서울숲 등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받을 예정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을 우려하는 시선이 이어진다. 서울시는 사업비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부분 민간투자를 통해 짓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성이 불확실한 경우 민간 투자자가 뛰어들지 않을 수 있고, 결국 공공의 보조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임기 때 민간투자로 지은 세빛섬은 작년 3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누적적자는 1200억원까지 늘었고, 자본금은 2012년부터 마이너스다. 세빛섬 건립에 서울시가 직접 투입한 비용은 없지만, SH공사가 2대 주주로 있다.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강변에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에 과도한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압구정 2~5구역의 기부채납 비율은 10% 남짓이다. 최고 47층 규모의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는 기부채납 비율이 32%에 달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한강변, 역세권이라고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공공기여는 오히려 줄이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다른 지역은 용적률 상향은커녕 계획도 불분명한 프로젝트만 늘어놓는 것이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