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은행]上 '엘도라도'인가, '신기루'인가

이경남 2023. 5. 1. 0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은행, 공들인 동남아…작년 '은행업' 성장세 뚜렷
신한·우리 동남아 효과 '톡톡'…하나 '미진'·KB '쓴맛'

국내 주요 은행들은 '글로벌' 산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찜' 하고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있었다.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낙후된 금융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실제로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여러가지 악재를 딛고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해당 지역내 주요 은행들 역시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과거의 기대감이 '현실화' 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희비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은 이들 지역의 순익 성장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부문의 경쟁력을 키우는 모습이지만, 다른 은행들은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2022년 주요 동남아시아 은행 순익.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코로나19 딛고 일어서는 동남아 금융

국제통화기금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기관은 올해 아시아,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타 국가 대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꼽히는데 코로나19 엔데믹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베트남, 필리핀 등은 6%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은 5%대,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은 4%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비교하면 '고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같은 추세는 이미 지난해에도 확인됐다. 지난해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5%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 세계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고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동시에 해당 지역의 주요 은행들의 실적도 크게 뛰었다. 은행업은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 함께 커지는 특성을 지닌다. 경제가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자금의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만디리 은행은 지난해 88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순익이 19.53% 늘었다. 베트남 HDbank는 지난해 전년 대비 27.2%증가한 5765억원의 순익을 냈고 필리핀 BDO BANK는 2021년과 비교해 64.76%증가한 410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태국 방콕은행과 캄보디아 아클레다은행 또한 전년대비 순익을 각각 19.81%, 6.98%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비즈워치

희비 갈린 국내 은행들

동남아 현지 은행들이 좋은 실적을 냈지만 해당 지역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은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다. 말마따나 일부 은행에게는 기회의 땅인 '엘도라도' 였지만 일부 은행에게는 '신기루' 같은 동남아 영업이었다. 

가장 좋은 실적을 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동남아시아 지역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 진출해 있다. 

이중 신한베트남은행은 1977억원의 순익을 냈다. 전년 1291억원과 비교해 53%나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내 1위 외국계 은행 자리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전체 해외 실적 4269억원중 46%나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베트남에 정착했다. 

신한인도네시아 은행도 2019년 적자를 냈던 것을 점점 개선시키며 지난해에는 125억원의 순익을 내는데 성공했다. 2021년 7100만원의 순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우리은행 역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성과를 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아 지역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 진출 중이다. 해당 지역 거점들이 골고루 순익을 끌어올리면서 성과를 냈다. 이들 지역에서 우리은행이 낸 순익은 지난해 1942억원의 순익을 냈다. 전년 1256억원보다 순익을 54%나 끌어올렸다.

하나은행은 동남아 진출에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하나은행의 동남아 거점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순익을 낸 곳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PT Bank KEB Hana뿐이었다. 이 은행은 지난해 515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는 전년 순익 175억원과 비교해 194%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지난 2019년 베트남 국영상업은행(BIDV)에 1조원을 투자하면서 발생한 투자 순이익 1607억원이 발생하기는 했다. 다만 이는 온전한 '투자순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은행이 동남아 지역에서 영업을 잘 했다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쓴 맛'을 봤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KB캄보디아은행은 135억원의 순익을 내며 지속해서 순익을 끌어올리고 있긴 하지만 공을 들인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부진이 뼈아프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지난해 80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2725억원보다 손실규모가 5200억원이나 확대됐다. 2020년 두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3000억원 가량을 수혈했지만 좀처럼 사업이 안정화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