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발차기 보여드릴게요”

정필재 2023. 5. 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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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국대 박우혁·김잔디
각 男 80㎏·女 67㎏ 이하 발탁
朴, 앞발찍기·돌려차기 주특기
金, 롱다리 활용 ‘잔디차기’ 무기
파리올림픽 진출 AG 성적 관건
“상상만 해도 벅차… 최선 다할 것”

경북 영천체육관에서는 4월25일부터 3일간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국가대표 재선발전이 열렸다. 2022년 열릴 예정이었던 아시안게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미뤄지면서 대표 선수를 다시 뽑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태극마크를 확보했던 남자 80㎏이하급 박우혁(23·에스원)과 여자 67㎏이하급 김잔디(28·에스원)는 재선발전에서도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아시안게임 진출권을 다시 거머쥐었다.

굳건히 태권도 국가대표 자리를 지킨 박우혁과 김잔디가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아시안게임 금메달 의지를 불태웠다. 4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게 된 박우혁은 “우리나라 태권도가 워낙 강한데 감사하게도 행운이 많이 따랐다”며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마음을 갖고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런던에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직접 찾아갈 정도로 축구선수 손흥민을 좋아한다”며 “금메달을 따고 ‘찰칵 세리머니’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신장 192㎝ 장신인 박우혁은 앞발찍기와 돌려차기가 장기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태권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우혁(왼쪽)과 김잔디가 지난달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겨루기 기본자세를 취하고 있다. 에스원 제공
김잔디는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에 그쳤는데 이번엔 아쉬움을 털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잔디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니고라 투르순쿨로바(우즈베키스탄)를 4강에서 잡았지만 결승에서 줄리아나 알 사데크(요르단)에게 역전패하며 금메달을 놓쳤다. 김잔디는 “고비였던 준결승을 이긴 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쉽게 결승에서 졌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꼭 ‘금빛 잔디차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잔디차기’는 김잔디의 필살기다. 180㎝ 신장의 김잔디가 긴 다리를 활용한 공격으로 앞발을 들고 있다가 상대 얼굴을 가격하는 기술이다. 아직 이름이 없어 잔디차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말썽꾸러기여서 태권도를 시작했다는 박우혁과 키가 커서 도복을 처음 입게 됐다는 김잔디는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이 달랐다. 박우혁은 “친구를 사귀는 재미에 도장을 열심히 다녔지만 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며 “초등학교 1학년 때 강원 도대회에 나가서 탈락했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소개했다. 반면 김잔디는 “태권도를 시작할 때부터 ‘넌 분명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면서 자랐다”며 “때리는 것이 매력이어서 태권도를 아직 하고 있다”고 웃었다. 하지만 에스원 관계자는 “사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박우혁이고, 성실하게 훈련하는 노력형이 김잔디”라고 귀띔했다.
김잔디(왼쪽)과 박우혁
박우혁은 이달 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다. 박우혁은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다 났다”며 “지난번엔 운이 많이 따랐는데 이번에는 실력으로 후회 없이 대회를 치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잔디는 6월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월드 그랑프리 시리즈를 준비한다. 김잔디는 “서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며 준비에 돌입할 태세다.

파리올림픽에 진출하기 위한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은 이들에게 중요하다. 올림픽 랭킹에서 각 체급 상위 5위 이내 선수를 보유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각 1개의 출전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박우혁은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나라 태권도가 남자 80kg이하급에서 올림픽에 나섰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박우혁이 출전하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박우혁은 “올림픽은 미디어로만 접하던 꿈”이라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영광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걸 쏟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잔디 역시 “경기 중 템포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어서 다양한 박자에서 나오는 공격을 보강하고, 발차기를 가다듬으면서 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며 “아낌없는 지원해주는 팀에 올림픽 메달로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용인=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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