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선언’으로 북핵 확장억제력 강화… “尹, 못난 인간” 北 김여정 막말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현미 2023. 5.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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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방미 성과와 과제
尹 “나토 다자 약정보다 실효성”
美 고위급은 “사실상 핵공유 아냐”
핵협의그룹 실행과정 협력 ‘관건’
美와 보조 맞춘 ‘가치 외교’ 노선
中 반발·러 경계심 높여 긴장감
“韓 전술핵·핵무장 피한 최선책”
바이든 “한·미 신념 공유” 트윗
尹 “미래세대 값진 유산” 리트윗
윤석열 대통령은 국빈 방미 기간 현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인 ‘북핵 위험 억제’와 ‘리더 국가로의 부상’, ‘세일즈 외교’ 차원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이른바 ‘가치 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을 사고 러시아의 경계심을 높였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은 최대 성과로 꼽히지만 향후 실행 과정에서 한·미의 협력 수준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회랑을 걸어 웨스트윙으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워싱턴 선언’ 협의 수준이 관건

‘워싱턴 선언’은 한반도 주변에 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을 상시 수준으로 배치하고,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를 설치해 미 핵전력의 운용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한국에 발언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 주도인 현재의 확장억제 논의 구조를 한·미 협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치라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NCG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미국과 맺고 있는 핵 공유 체제를 본뜬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월28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질의응답에서 ‘워싱턴 선언’과 관련, “(한·미가) 일대일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나토 회원국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한·미의 양자 체제라서 나토 체제보다 밀도 있는 협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껴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언급은 너무 나간 것이란 해석이다. ‘사실상 핵공유’가 되려면 나토식 핵공유 방식처럼 역내에 미국 전술핵이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번에 노태우정부 시절 철수한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사실상 핵공유’ 언급에 대해 “사실상의 핵공유로 보지 않는다”고 즉각 부인했다.

중국,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는 것도 부담되는 대목이다.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에 반발하며 북·중·러가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 등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에 미국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면서 당장 중국, 러시아가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는 미·중이 협력했던 과거에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같은 ‘줄타기 외교’가 가능했지만,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는 결국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윤 정부의 미국 밀착 외교에는 이러한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26일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자신들의 트위터(SNS)를 통해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741)의 괌 입항 사진을 공개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우려 해소” vs “우려 여전”

워싱턴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4월29일(현지시간) 본지 인터뷰에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거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허용하는 위험 없이 한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며 “현재로서 미국이 제공할 최선이며 합리적인 타협안”이라고 평가했다. 또 “북한의 위협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대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합의가 한국인들의 우려를 완화하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7차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향후 도발은 워싱턴 선언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한국 배치 또는 ‘핵 공유’ 합의와 같은 조치에 대한 한국의 요구를 여전히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지난해 12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한 전략 기획과 실행을 전담하는 NCG를 만듦으로써 한·미 간 (핵 공동기획에 대한) 토대를 만들었다”며 “최후의 핵 사용 결정은 미국이 하더라도 지금까지 전혀 하지 않았던 정보 공유, 기획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라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차관보급 협의를 통해 더욱 자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면이 있고 결정권을 높이는 것은 추후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귀국 후 트위터에 한·미 동맹에 대해 “미래세대에 온전히 넘겨야 할 값진 유산이다. 우리는 청년들의 피로 맺은 혈맹이자, 자유에 기반한, 정의롭고 미래로 향하는, 모든 삶을 아우르는 포괄적 동맹”이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국경 공유가 아니라 공통의 신념에서 탄생했다. 그것은 민주주의, 자유(liberty), 안보다. 무엇보다 자유(freedom)”라며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13일 북한에서 시험발사한 ‘화성포-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北 김여정 “바이든, 늙은이” “尹, 못난 인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반발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김 부부장은 4월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워싱턴 선언을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로 규정하며 “동북아시아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더 엄중한 위험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부장은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으로 폄훼하며 “너무나도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고 맞받았다. 미국을 겨냥한 추가 도발을 강하게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선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감지덕지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며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 두고볼 것”이라고 폭언했다.

그는 “우리(북한)는 핵전쟁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고도 했다. 북한 핵무기를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데에는 물론 선제 타격 등 다른 임무에도 쓸 수 있음을 내비치며 한·미를 협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현미·홍주형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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