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상 셔틀외교 12년 만에 정상화… 日, 과거사 사죄는 어떻게 [한·일 셔틀외교 재개 가시화]

강구열 2023. 5.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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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시다 5월 초 방한 추진
韓·美 정상회담서 韓·美·日 결속 강조
교도통신 “美 의향 반영도 원인 작용”
당초 G7 회의 이후 전망보다 빨라진 듯
韓·日 정상, 공급망·북핵 등 논의 전망
G7 韓·美·日 정상회의 앞두고 준비 차원
韓·美 NCG 창설에 日도 참여 희망 관측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도 테이블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방한이 5월 초 성사될 것으로 보여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당시 합의한 정상 간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정상화한다.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對)일 관계 개선에 호응해 양국 관계 정상화를 가속하는 한편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과 관련된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수출 규제 해제를 계기로 한 경제 협력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사죄, 반성을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기시다, 남은 물 반 컵 채울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4월 29일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서 아프리카 4개국 및 싱가포르 순방길에 오르기 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번달 방한 일정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도쿄=AFP연합뉴스
◆빨라진 기시다 방한, “관계 정상화 가속화”

일본 언론은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5월 7∼8일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30일 일제히 보도했다. 3월 윤 대통령 방일 당시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에 합의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는 건 5월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빨라진 것이다.

이는 한국 내 비판 여론에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의 움직임에 호응해 양국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지방신문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는 내가 (한국에) 가야 한다. 양국 관계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방한에 의욕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미·일의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앞서 일·한(한·일) 결속을 증진하고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미국의 의향도 방한의 큰 요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3국 간 협력이 강조된) 이런 흐름을 일본 정부로서는 당연히 간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 다시 지정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29일에 기시다 총리의 방한 협의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관계 개선 흐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 셔틀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1년 10월 당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이후 12년7개월 만이다. 2018년 2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로는 5년3개월 만에 이뤄지는 일본 총리의 방한이다. 이때는 셔틀외교 차원 방한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6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도쿄=연합뉴스
◆안보 협력 강화 논의… 과거사 사죄할까

한·일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공급망 등 경제 분야 협력 강화와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 공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기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합의하면서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에 참여하길 원하는 일본이 북한의 핵 위협, 정찰위성 발사 준비 상황 등에 대한 정보 공유를 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미·한(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는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해 안보 협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가 지난 3월 해법을 제시하면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미우리신문은 “최대 현안인 옛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소송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발표한 해결책의 이행 상황을 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시다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사죄, 반성을 표명할지 여부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해법 제시에 맞춰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담은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했지만 직접 사죄, 반성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내에선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있어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어떻게 말할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한 때도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도는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과거사 사죄 등의) 한국 측 요청에 응할 전망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직접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과거사 반성을 한·일 관계 개선의 전제로 삼지 않고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과거사와 관련된 위안부 문제 역시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가 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3월 정상회담 때 기시다 총리는 2015년 위안부 합의 이행 문제를 거론했다. 일본은 위안부 합의가 이미 국가 간 합의로 해결됐고, 한국 내 이행만 남은 것으로 본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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