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재건’ 나선 악바리 “김유성 1군 선발도 가능해…5월 콜업 1순위는 백승우” [MK퓨처스]
두산 베어스 이정훈 퓨처스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악바리’로 불렸다. 하면 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악바리 같은 이 감독의 집념은 현역 시절뿐만 아니라 지도자 시절까지 이어졌다. 이 감독의 지도 아래 KBO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대거 탄생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 현장 지도자 생활과 더불어 스카우트 업무까지 경험했던 이 감독은 이제 2023년 두산 퓨처스팀 사령탑을 맞게 됐다. 이 감독이 이끄는 두산 퓨처스팀은 4월 29일 기준으로 퓨처스 북부리그 2위(7승 6패)에 올라 있다. 이 감독은 기본적인 선수 육성과 함께 1군 선수단 백업을 위한 퓨처스팀 운영에 힘쓰고 있다.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호성적을 이어오면서 스카우트 순번에서 밀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퓨처스팀 선수 수준이 예전 화수분 야구 시절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현실이다. 결국, 화수분 재건은 이 감독에게 주어진 중대한 임무다. MK스포츠가 또 다른 악바리를 키우고자 하는 이 감독의 얘길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직접 들어봤다.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정말 최고로 좋은 공을 보여줬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1군 선발진에 들어갈 수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왜 상위 라운드 지명을 받았는지를 알겠더라. 제구가 왔다갔다 하는 건 있는데 공 구위 자체가 굉장히 좋다. 속구 움직임이나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비슷하게 오다가 떨어지는 움직임이 날카롭다. 특히 KBO리그 우타자들이 앞으로 김유성에게 많이 혼날 것으로 본다.
마운드 위에서 멘탈은 어떤 편인가.
안타를 맞으면 곧바로 승부욕이 발동해서 공이 확 좋아지더라. 마운드 위에서 승부사 기질이 있다. 좌타자 상대로 조금 흔들리는 제구를 극복한다면 1군에서 김동주와 좋은 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본다. 대체 선발 혹은 롱릴리프 역할이 장기 레이스에서 중요한데 김유성이 그런 역할로 1군에서 엄청난 플러스 알파 효과를 낼 거다.
이제 5월이 다가왔다. 육성선수 등록이 가능한 시기인데 시범경기 때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준 좌완 신인 백승우 얘기가 자주 나온다.
아무래도 1군에 좌완 자원이 부족해서 백승우 선수가 투수 쪽에서 콜업 0순위는 맞는 듯싶다. 팔 스윙이 짧은 편인데 제구와 구속도 좋아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최근 팔 스윙을 더 짧게 가져가려고 하는데 약간 흔들리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병헌 선수가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고 1군에 올라가서 눈에 불을 켜고 던지고 있더라. 백승우가 올라가서 같이 불펜에서 힘이 돼 줄 수 있다면 좋을 거다.
현재 퓨처스팀 포수 쪽에선 우선 콜업 순위를 누가 가지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안승한 선수가 1군 수비 경험도 있어서 현재로선 1번이지 않을까 싶다. 박유연 선수도 타격 능력이 좋아서 눈에 들어오는데 아무래도 투수 리드나 볼 배합, 수비를 봤을 때는 안승한 선수가 포수로서 안정적이다.
큰 주목을 받았던 신인 포수 윤준호는 퓨처스리그 출전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윤준호 선수가 경기 출전 시간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1군 콜업 우선순위가 먼저 있는 포수들에게 경기 출전 기회가 계속 갈 수밖에 없다. 1군에 (양)의지가 나이가 많으니까 언제 포수가 더 필요할지 모르지 않나. 그래서 우선 안승한, 박유연 선수가 경기 감각 유지를 위해 먼저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윤준호 선수에게도 성장할 경기 출전 기회를 주고 싶은데 쉽진 않다.
퓨처스팀 야수 쪽을 살펴보니 1군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연차의 선수들이 꽤 있더라.
가장 먼저 김민혁 선수가 있지 않나. 민혁이가 한동안 안 좋았는데 최근 타격감을 조금씩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다음이 박계범 선수와 전민재 선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선수들에게 퓨처스팀에서 동기부여가 필요한 상황인데.
1군 내야수에서 구멍이 나면 박계범, 전민재 가운데 누가 올라갈지 모른다. 그래서 선수들을 불러서 ‘너희는 1군에 가야할 선수들인데 여기서 모든 전력을 다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 여기서 대충 비실비실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면 무슨 좋은 보고가 올라가겠느냐’라고 말했다. 못하는 건 괜찮은데 전력으로 안 하면 나는 용서 안 한다. 당장 경기에서 빼서 러닝을 시키거나 훈련을 더 하게 하지. 그래서 애들이 더 열심히 뛴다(웃음).
아무래도 과거 화수분 야구 시절과 비교하면 2군 뎁스가 크게 약화된 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지난해부터 다른 팀들과 붙어보면 전력 차이가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닐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하면서 신인 드래프트 순번이 계속 뒤로 밀렸다. 투수를 먼저 앞 순번에서 뽑는다고 치면 결국 좋은 야수를 뒤에서 뽑기가 어렵다. 어린 야수들이 퓨처스팀에서 주전을 맡아서 쑥쑥 크는 게 좋은데 그런 그림이 쉽게 나오질 않는다.
20대 초반 어린 야수들 가운데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있던데.
임서준 선수는 1년 차 신인데 실책도 해보고 삼진도 당하면서 경험을 쌓으라고 내보내고 있다. 신민철 선수도 마찬가지다. 외야 쪽에선 2년 차 김시완 선수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다. 그 정도 외엔 우선 기본적으로 연차가 많은 쌓인 야수들이 경기에 먼저 나간다. 입대 선수도 있고 부상 선수도 꽤 있는데 최우선적으로 1군 백업을 위한 경기 감각 유지가 먼저다. 2군은 모든 걸 벗어서 1군에 주고 다시 제로에서 시작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퓨처스팀 훈련 강도는 얼마 정도인가. ‘악바리’다운 지옥 훈련이 여전한지 궁금하다.
퓨처스리그 개막 전엔 훈련을 많이 시켰다. 연습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 뒤엔 경기 출전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지 않나. 시즌에 들어와서 오버페이스하면 다친다. 지금은 경기를 위한 효율적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육성하는 재미를 느낀다. 어린 애들이 딱 잘 치고 우당탕 호수비하고 그러는 걸 보면 재밌다(웃음). 여기는 경기 승리보단 그런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게 더 의미 있는 장소다. 앞으로 화수분 야구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
[이천=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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