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감독후보 2명과 최종 협상중", '극약처방'일까 '겉치레'일까[초점]

김성수 기자 2023. 5.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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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수원 삼성의 새 감독 선임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단 역대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수원은 어떤 선택을 할까. 또다시 겉보기에 좋은 선택을 할지, 아니면 극약 처방으로 반전을 꾀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프로축구연맹

수원은 4월30일 오후 4시30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10라운드 대구FC의 홈경기에서 후반 8분 대구 에드가에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수원은 이날 경기마저 패하며 5연패와 함께 개막 10경기 2무8패로 K리그1 최하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기 내내 두들기던 수원은 결국 대구의 세트피스 한방에 무너졌다. 후반 8분 대구의 왼쪽 코너킥 공격에서 이용래가 왼발로 올린 공을 에드가가 수원 수비진 사이에서 뛰어올라 헤딩골로 마무리하며 대구에 1-0 리드를 안겼다. 결국 이 골을 끝까지 지킨 대구가 원정에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둔 후 팬들의 응원을 받는 첫 홈경기였다. 게다가 이날 상대 대구는 에이스 세징야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장기인 역습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수원은 대구의 사실상 유일한 무기로 보였던 세트피스에서 여지없이 실점하며 5연패와 함께 반등에 실패했다.

K리그 4회 우승에 FA컵 5회로 최다우승팀인 수원은 2017년 3위 이후 6년째 추락만 거듭하고 있다. 2017년 3위 이후 5년간 12개팀 중 6-8-8-6-10위에 그치고 있는 수원은 지난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나가 거의 강등당할 뻔 했다.

큰 위기를 넘기고 맞이한 수원의 2023시즌은 더욱 심각했다. 리그 개막 후 약 2개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승리가 없다. FC서울과의 라이벌전인 4월22일 슈퍼매치를 4일 앞둔 지난 4월18일, 수원은 개막 7경기 2무5패에 그친 이병근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이후 최성용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끄는 동안에도 4월22일 서울 원정, 4월25일 포항 스틸러스 원정, 그리고 4월30일 홈 대구전마저 연달아 패하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원 삼성 최성용 감독대행. ⓒ프로축구연맹

첫 승과 함께 정식 감독 선임이라는 과제도 해결해야 하는 수원이다. 지난 4월25일에는 수원 오동식 단장이 포항 김기동 감독, 광주 이정효 감독 등 K리그1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타구단 사령탑 실명을 언급하며 그들처럼 좋은 능력을 갖춘 감독을 데려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팀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언"이라는 서포터들의 항의에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수원의 새 감독 선임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수원 관계자는 4월30일 대구와의 홈경기 후 "감독 최종 후보 2명을 두고 협상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령탑 선임이 가까워진 가운데 수원이 '극약 처방'과 '겉치레' 중 어느 쪽을 선택했을 지에 많은 관심이 모인다.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아 감독을 경질했을 때 다음 사령탑 선택지 중에는 '강성' 감독들이 있다. 혹독한 훈련과 강력한 규율을 추구하는 감독이 부임해 통제된 축구와 팀문화를 잡아가는 것이다.

최근 K리그에도 '강성 감독 극약 처방'의 성공 사례가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창단 첫 강등으로 K리그2에서 시작한 2020년에 남기일 감독을 선임해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한 시즌 만에 K리그1에 복귀했다. 강원FC는 강등 위기에 처한 2021시즌 막바지에 최용수 감독을 데려와 팀을 재정비했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을 꺾고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또한 2021시즌 강등권 싸움을 펼치던 서울도 안익수 감독을 선임해 연승 가도를 달리며 최종 7위로 잔류했다. 모두 강성의 지도 스타일로 대표되는 감독들이 선수단의 기강을 바로 잡고 팀의 반등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21시즌 강등권 싸움을 하던 FC서울을 최종 7위로 잔류시킨 안익수 감독. ⓒ프로축구연맹

그간 수원의 사령탑 선임 기조는 '극약 처방'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윤성효-서정원-이임생-박건하-이병근으로 이어지는, '수원 선수 또는 코치 출신' 감독을 선임하는 '리얼 블루'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감독을 교체할 때마다 구단과 연이 있는 인물을 선임하다보니 극약 처방에 걸맞는 사령탑을 데려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물론 '리얼 블루'가 성공했다면 상관없지만 수원 구단 역사 전체를 보면 이 정책은 사실상 겉으로만 좋아보이는 '실패'였다. 수원은 K리그1 우승 4회, FA컵 우승 5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를 차지했는데 그중 FA컵 우승 3회만이 '리얼 블루' 감독들 재임기(2010~2023)에 나왔고 나머지 우승은 모두 김호-차범근 감독 시대(1995~2010)에 이룬 것이었다.

냉정하게 지금의 수원은 순혈주의를 추구하는 '리얼 블루'보다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핵심 공격수인 오현규가 이적하긴 했지만 김경중, 아코스티, 김보경, 뮬리치 등 뛰어난 자원에 고승범 등도 복귀하며 겨울 이적시장을 잘 보낸 수원의 스쿼드는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패배가 계속되다보니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제 기량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고 사기를 끌어올려줄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수원의 새 감독 선임은 수원 프런트의 몫이다. 팬들에게 '뼈를 깎는 변화'를 말한 수원 구단의 약속이 실현될까. 최종 협상을 거쳐 수원의 지휘봉을 잡을 사령탑이 어떤 색깔을 갖고 있을 지에 수원 팬들은 물론 축구계의 많은 시선이 쏠린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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