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은 비난에도 계속 뛰겠다고 했다… 도대체 그 '숨은 효과'가 얼마나 되길래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2023년 KBO리그 초반 최대의 화두 중 하나는 LG의 ‘뛰는 야구’다. 염경엽 LG 감독이 캠프 당시부터 공언했던 야구가 4월 한 달 내내 어지럽게 벌어졌다. 논란과 비판은 단순한 하나의 명제부터 시작된다. 생각보다 너무 죽는다.
LG는 4월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64개의 도루를 시도했다. 두 번째로 많이 시도한 NC(38회)보다 훨씬 많고, 가장 시도하지 않은 kt(10회)보다는 6배 이상 더 많이 뛰었다. 보통 도루를 활발하게 하는 팀은 성공률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있으니 뛰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의 도루 성공률은 60.9%에 머물고 있다. 리그 평균(69.7%)보다 훨씬 못하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 도루는 성공률이 75% 이상이 될 때 효용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기대 득점으로 명쾌하게 성공할 수 있는 논리다. 매년 다르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무사 1루에서의 기대 득점값은 0.9점 정도다. 도루에 성공해 무사 2루가 되면 이 기대 득점값은 1.2점으로 약 0.3점 정도가 오른다. 반대로 실패해 1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되면 기대 득점값은 0.3점으로 0.6점이나 폭락한다. 그래서 도루를 신중해야 하고, 때로는 더 안전한 희생번트 작전을 선택하는 것이다.
기대 득점값과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성공이 실패보다 세 배 정도는 많아야 하고, 그래서 75% 정도라는 대략적인 기준이 나오는 것이다. 조금 더 작전의 비중이 높은 KBO리그 성향을 고려해도 70% 이상은 되어야 본전이라는 게 통계에서 잘 나타난다. 두산의 ‘육상부 시절’ 도루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매년 70~75% 수준의 성공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LG는 지금 60%다. 여기에 주루사 등을 포함하면 한숨은 더 깊어진다. 주루에서의 마이너스 수치는 리그에서 단연 꼴찌다.
즉, 현재 LG의 도루 성공률은 차라리 뛰지 않고 타자들에게 맡겨 치는 게 '통계적으로'는 남는 장사다. LG 타선의 위력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LG는 첫 26경기에서 팀 타율 0.299, 팀 OPS(출루율+장타율) 0.797의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뽐냈다. 테이블세터(.287), 중심타선(.323), 하위타선(.286)을 가리지 않고 죄다 타율 1위다. 이 페이스가 이어지면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역대급 타선이다. 그러나 LG는 계속 뛰고, 계속 죽고 있다. 죽는 과정에서 받는 체력 소모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다.
‘뛰는 야구’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염경엽 LG 감독도 이런 비판과 떨어지는 성공률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염 감독은 통계적인 성공률보다는, 그 숨은 효과를 봐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는다. 투수와 포수가 주자에 신경을 쓰면서 타자들이 얻는 이득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4월 30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건 결과지 않나. 도루로 경기에 영향을 줘서 진 경기보다는 도루의 영향을 받아 4월에 이긴 경기가 훨씬 많았다. 나에게는 이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투수가 더 신경을 쓰며 얻는 효과에 대한 질문에는 “그게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코치들도 선수들도 그게 옳은 팀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LG를 상대하는 배터리의 견제 횟수가 늘어난 건 맞는 이야기다. 염 감독은 투수가 다른 팀을 상대로 할 때보다 LG를 상대로 할 때 슬라이드 스탭이 빨라진다면서 “자기 리듬대로 못 던진다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1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바깥쪽 승부가 많아지는 것 또한 뛰는 야구의 숨은 효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볼이 많아지고 상대 투수들의 투구 수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그 숨은 효과를 정확하게 수치적으로 정형화하기는 쉽지 않다. 표면적으로 LG를 상대로 유독 패스트볼이 승부가 늘기는 했다. 상대 투수들은 전체 44.9%를 패스트볼로 던졌다. 10개 구단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강타선을 상대로 쉽지 않은 선택이고, 지난해(41.5%)보다는 유의미하게 늘었다. 존에 들어오는 공도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적고, 지난해보다도 훨씬 줄어든 것도 맞는다. 그 과정에서 선수 면면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팀 볼넷 비율은 지난해 8.9%에서 올해 12.3%로 크게 늘었다.
모두 도루와 연관시킬 수는 없겠지만, 숨은 효과가 없지는 않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리고 LG 타자들은 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성공률이다. 60%의 성공률로는 그 숨은 효과를 모조리 상쇄하고도 남을 마이너스가 있기 때문이다. 숨은 효과도 효율적인 성공률이 있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트레이드오프가 되어서는 부상 위험 때문이라도 안 하니만 못하다. 지금 LG 야구의 억제기는 누가 뭐래도 주루와 실책이다.
상대 투수의 버리는 공 배합, 상대 투수들의 투구 수 증가, 그로 인한 상대 불펜 운영의 어려움, 상대 팀에 대한 분명한 각인 인식 등 여러 가지를 강조한 염 감독도 어쨌든 “실패율은 갈수록 줄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이어 “무조건 뛰는 건 아니다. 매 경기 하는 게 아니다. (투수의) 슬라이드 스탭이 1초20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때는 뛰어봐야 죽는다. 그럴 때는 안 뛰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은 뛰는 야구 자체는 포기할 생각이 없다. 책임은 감독이 진다면, 승리를 위해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5월까지도 어지러우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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