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아! 자신만의 플레이를 해라" 박상현 작심발언, 20년차 투어프로의 롱런 비법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2023. 5.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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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30일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티샷을 준비 중인 박상현. /사진=KPGA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262m)는 121위. 그러나 평균타수(67.5), 그린적중률(84.7%), 평균 버디수(5.75) 모두 1위다. 이것이 투어 프로에 입회한 20년차 박상현(40·동아제약)의 골프다.

박상현은 인천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GC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코리아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내며 최종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경기 후 롱런의 비결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비결은 없다. 나도 좀 신기하다. 잘 모르겠다"면서도 "나만의 스타일대로 드라이버 정확도에 초점을 맞춘다. 유럽 선수들은 거리가 많이 나는데 그걸 따라하려고 하면 더 많은 미스가 난다. 내 장점인 숏게임, 어프로치나 퍼터를 더 보완하고 흐름을 잘만 타면 항상 좋은 성적이 나더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많은 아마추어 골프인들이 생겨나며 골프 열풍이 불었다. 로리 맥길로이(34·북아일랜드)를 비롯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로들의 비거리를 보고는 따라하다가 슬럼프를 겪는 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비단 이는 아마골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상현이 후배들에게 건넨 쓴소리도 이와 맥락을 같이 했다. 이번 대회는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개최되는 KPGA 코리안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 대회였다. 우승 상금도 지난 두 차례 대회(1억 4000만 원) 때의 3배 이상인 34만 달러(4억5600만 원)에 달해 유럽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박상현(가운데)이 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힘차게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KPGA
이러한 영향 때문이었을까. 공동 3위에 오른 박상현과 7언더파 281타로 공동 10위에 오른 이정환(32·속초아이)과 강경남(40·유영제약)을 제외하면 대부분 순위표 상단엔 해외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베테랑으로서 박상현은 "나보다 공을 잘 치는 선수들이 한국에도 너무 많다"고 존중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건 TV를 통해 유명한 선수들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따라서) 치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봤을 때는 멋있게 친다고 잘 치는 게 아니라 잘 치면 멋있어 지는 것"이라며 "아무리 스윙이 좋더라도 스코어가 안 나면 멋있지 않은 것처럼 자신의 장기를 장점으로 만들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골프를 한다면 그게 멋있어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이었기에 더욱 새겨들을만 했다. 그는 "디보트를 안 내고 얇게 치면 어떤 잔디든 다 통한다. 그래서 그렇게 치려고 연습했는데 10년 넘게 친 걸 갑자기 바꾸려니 내 스타일이 완전히 없어지더라"며 "5,6년 정도 많이 힘들었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우승도 했지만 한 순간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남의 걸 무리하게 따라하려고 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끔 잔디를 빠르게 파악해 체크를 하는 방식이 더 좋지 않겠나 싶다"고 설명했다.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공략하고 있는 박상현. /사진=KPGA
그의 말대로 드라이버 비거리로는 정상급 선수들과 많은 차이를 보였으나 이날도 숏게임에서 만회를 했다. 이번 대회 부족한 퍼트감으로 인해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으나 이날 환상적인 칩 인 이글샷도 나왔다.

그는 "아쉬운 게 너무 많았다. 2라운드부터 퍼터가 너무 안되다보니 후반에도 충분히 찬스있었는데 15번 홀 버디 퍼트 빠지고 거기서 빠지니 흐름이 17번 홀 보기까지 이어졌다. 이번 대회 때는 퍼팅이 많이 아쉬웠다"면서도 "오늘 14번 홀, 멋있게 나왔나, 그거 하나만 가져가려고 한다. 나름대로 가장 멋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이번 대회가 열린 잭니클라우스CC는 이국적이면서도 난이도가 있는 코스였고 유럽 강자들이 함께한 대회였다. 그럼에도 박상현은 흔들리지 않는 게 박상현의 큰 장점 중 하나다.

그는 "ISPS에서 저번주에도 본 선수들이고 작년에도 CJ컵 때도 봤다. 규모가 큰 시합 등에서도 함께 뛰었다"며 "이렇게 유럽 선수들과 같이 치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내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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