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비 1.7배 비싼데…외고·자사고, 사교육 유발요인 없다고?

김정현 기자 2023. 5.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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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정의당 이은주 의원, 고입 영향평가 3년치 분석
243건 실시했는데 고작 1건 지적…서울 자사고
'내신 사교육 필요' 조사 결과에도 "문제 없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23.05.01.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입시에서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운영 중인 교육 당국의 영향평가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최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 받은 '2020~2022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평가 결과' 자료를 보면, 지난 3년 간 영향평가를 실시한 사례는 총 243건이다.

이 중 시도교육청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심사에서 사교육 유발요인으로 지적된 것은 단 1건이다.

서울 한 자사고가 2022학년도 입시에서 수험생에게 교과 지식, 선행학습에 대한 면접 질문을 한 사례가 지적됐으나 서울시교육청의 조치는 '권고'에 그쳤다.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 평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고입 전형에서 선행학습 등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가 없는지 사후 점검하는 제도다.

▲선행학습(사교육)을 유발하는 '스펙' 평가 ▲교과 지식 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평가 ▲학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위치를 묻는 질문 여부 등을 점검한다.

평가 과정에서 고입전형 응시자를 상대로 사교육비와 그 필요성에 대한 인식 등을 묻는 한국교육개발원(KEDI) 주관 온라인 조사를 병행한다.

[서울=뉴시스] 교육부와 통계청의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9만6000원으로 일반고(41만5000원)보다 28만1000원 더 많았다. 학생 나이나 지역 등에 따라 사교육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정이 체감하는 사교육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대상은 자사고, 특목고인 국제고·과학고·외고, 그리고 수험생의 진로, 학습과정, 인성 등으로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운영하는 일부 일반고다.

매년 합격자를 발표한 뒤 20일 이내에 학교가 자율평가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내면, 시도교육청 소속 기구에서 이를 심사하고 필요시 행정처분을 한다.

당국은 시정, 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사안이 중대한 학교를 대상으로 재정 지원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고 정원 감축, 모집정지 처분도 내릴 수 있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권고 처분을 받은 서울 모 자사고의 경우, 심사 후 교육청에서 현지 장학을 실시했으나 사안이 경미하다고 봤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당국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의 입시에서 최근 3년 동안 사교육 유발요인은 대체로 없었다고 본 것"이라며 "국가통계, 국민 상식과 당국 평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사고 진학 희망 초·중학생의 월 평균 사교육비는 61만4000원으로 일반고 희망자(36만1000원)의 1.7배다. 과학고(56만원)는 일반고의 1.6배, 외고·국제고(55만8000원)는 1.5배 많았다.

이처럼 고입전형 영향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원인은 입시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중간·기말고사 등 교과 성적(내신) 등 입시 이전 단계의 사교육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제도적 허점이 꼽힌다.

[서울=뉴시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한 예로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2022학년도 고입전형 영향평가 결과보고서'를 보면, KEDI 조사에서 '내신 성적을 높이기 위한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시자는 ▲외고 51.6% ▲국제고 30.5% ▲자사고 29.3% ▲과학고 28.8%였다.

또 내신 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비를 매달 평균 얼마나 지출했냐는 문항에는 ▲100만원 이상 8.6% ▲50~100만원 미만 23.4% ▲30~50만원 미만 22.6% ▲30만원 미만 18.5%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교육청은 보고서 '분석 의견'에서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사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며 모든 평가 대상 고교가 지침, 절차를 지켰다고 적었다.

송 위원은 "자사고, 외고 입시를 위한 내신 사교육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교육 당국은 단지 내신 사교육일 뿐 면접과 서류 등 입학전형을 위한 사교육은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외고, 과학고와 서울 이외 지역 자사고는 내신이 전형요소임에도 내신 사교육과 입시 사교육을 구분해 해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도 한계일 수 있다는 점은 이해되지만 지금처럼 하면 '하나마나'일 수 있다"며 "내신 사교육을 어떻게 볼 것인지 검토하고 교육부가 방안을 마련해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에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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