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동맹 맺고 8조 투자유치…IRA·반도체법 우려는 ‘여전’ [국빈방미 결산]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5박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 기간 동안 한미동맹을 ‘첨단기술 동맹’으로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하는 한미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신설과 미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와의 협력 모색에 합의했다. 기존 안보 중심의 협력을 넘어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공급망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또,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답게 약 8조원(59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고 양국 기관/기업간 50건에 달하는 첨단산업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국빈 방미에는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120여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CHIPS Act) 관련 우려는 여전하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로 명확하게 합의를 했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번 국빈방미를 계기로 이끌어낸 미국 기업의 대(對)한국 투자는 59억달러(약 8조원) 달한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유엔총회 계기 방미 당시 유치했던 11억5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윤 대통령의 첫 경제외교 성과는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한 직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국빈방미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리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넷플릭스 임원을 만난 후 향후 4년간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K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넷플릭스의 투자결정을 받아냈다. 해당 금액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총 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난달 25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첨단기업 6개사로부터 19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미국 소재기업 코닝으로부터 15억달러(약 2조원)를 각각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윤 대통령은 잇따라 열린 경제인 행사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첨단 산업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분들에게는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투자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이나 어려움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한국 정부에 전달해달라”고 ‘세일즈 외교’에 총력을 다했다.
국빈방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은 50의 MOU를 맺으며 ‘세일즈 외교’를 뒷받침했다. 세부 분야별로는 바이오 23건, 첨단산업 13건, 에너지 13건, 콘텐츠 1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120여명으로 구성된 이번 경제사절단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에 체결된 MOU의 절반에 가까운 23건이 바이오 분야로, R&D는 물론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등 의료 신산업 분야로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증가되고 있으며 한미 간의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에는 테슬라·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접견하고, 테슬라가 아시아에 건설 예정인 전기차 생산기지 ‘기가팩토리’의 한국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머스크 CEO와 화상면담을 갖고 ‘기가팩토리’의 한국 투자를 요청한데 이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테슬라사가 기가팩토리를 운영함에 있어 최고의 효율성을 거둘 수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사가 투자를 결정한다면 입지, 인력, 세제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스페이스X사와 협력이 앞으로도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며 “스타링크 서비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연구 등 새로운 혁신과 도전의 길에 한국 기업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한국은 기가팩토리 투자지로서 매우 흥미롭고 여전히 최우선 후보 국가 중의 하나”라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만남은 머스크 CEO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윤 대통령은 ‘기가팩토리’ 유치와 관련해 한국의 경쟁력을 담아 특별히 제작한 브로셔(홍보책자)를 머스크 CEO에게 직접 전달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IRA, 반도체법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양국간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의를 이어간다’는 언급이 담겼지만, ‘선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기로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한국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길 바란다. 이는 미국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최 수석은 “양 정상 간에 한국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방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합의를 했다”며 “정상 간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 양국 상무부 간에 실무 협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25일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을 접견했다. IRA, 반도체법 관련 한국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별도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27일 러몬도 상무장관과 IRA, 반도체법, 대(對)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에 따른 기업투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yuni@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故 서세원 빈소에 원로 코미디언들 추모…엄용수“고인은 코미디언 교과서”
- “300만원짜리 명품백 왜 사?” 외국인, 한국서 ‘직구’ 하는 이 가방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 “가수 송민호도 타보더니 감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독일 중고차 1위는?[머니뭐니]
- 황신혜 61번째 생일파티서 오열…"너무 감동이고 고맙다"
- 30대 한국女, 대만 여행중 호텔서 숨져…동행한 ‘남친’ 긴급체포
- '송혜교와 백상 최우수상' 이성민 "송중기 왔어야"…소신 발언 눈길
- 250억 집 '현금완납' 1타강사·골프여제·뷰티CEO…최고가 아파트 '영리치들' [부동산360]
- 이효리, 결혼식서 축가 포착…핑클의 귀환?
- “이러면 다들 아이폰 산다?” 애플 접는폰 사진 속속 등장…삼성 어쩌나
- 이서진, 尹 미국 국빈행사 참석 눈길…"어떻게 오셨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