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최고 투수, 류현진의 악몽 따라가나… 2481억의 불안한 행방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전부터 이곳저곳 몸이 아파 정상적인 등판을 가져가지 못했던 제이콥 디그롬(35‧텍사스)은 4월 29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 경기 도중 갑작스럽게 강판됐다. 3⅔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지고 있었던 디그롬의 강판 사유는 누구나 예상했다시피 부상이었다.
텍사스 팬들은 디그롬이 공 하나를 던진 다음 반응을 매번 확인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건강하다면 지구상 최고 투수라는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은 선수지만, 근래 2~3년간 부상 전력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경기 후 검진 결과도 가볍지 않았다. 오른쪽 전완근 쪽에 통증이 있다고 했다.
팔뚝 부위지만 많은 이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전완근 부상이 다른 부위로 번져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전완근 부상을 달고 살다 결국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수술대에 오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신체는 유기적인 작용이다. 어느 한 부위에 통증이 생기면 그 통증을 피하기 위해 다른 부위를 더 활용하거나 비정상적인 폼으로 던지며 부상 위험이 커진다.
혹은 그 반대로 이미 팔꿈치 쪽에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전완근 쪽의 통증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 우리에게는 아쉽게도 류현진(36‧토론토)이 그런 과정을 거쳐 수술대에 올랐다. 뒤늦게 알려지기는 했지만 류현진은 팔꿈치 통증을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공을 계속 던지다보니 다른 부위에도 문제가 생겼다.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기 전 부상자 명단에 오른 공식 사유도 다름 아닌 전완근 통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텍사스는 30일 디그롬을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팔꿈치 염증이 발견됐다는 이유다. 결국 디그롬이 수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디그롬은 2018년과 2019년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간 경험이 있다. 그리고 2021년에는 ‘팔꿈치 수술’의 전조 증상인 전완근 통증으로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을 경험했다.
디그롬은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속해서 구속을 끌어올렸고, 2021년에는 선발 투수가 평균 시속 99.2마일(약 159.6㎞)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는 괴물로 진화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도 이 과정에서 따라왔다. 이 시점부터 매년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팔꿈치 인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구종은 가장 강한 힘이 걸리는 패스트볼이다. “디그롬의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우려가 커진 시점이다.
그래서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디그롬은 시장에서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다. 원 소속구단인 뉴욕 메츠도 연 평균 금액을 한껏 높인 2~3년 계약을 생각했을 정도다. 여기서 텍사스가 5년 총액 1억8500만 달러(약 2481억 원)을 베팅하며 디그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두가 “부상이 잦은 선수에게 5년은 너무 길다”고 했지만 성적이 급한 텍사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텍사스는 디그롬이 큰 부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봤을 가능성이 크다. 매년 200이닝은 아니더라도, 150이닝 이상을 5년간 던져주면 투자 원금은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디그롬은 올해 4월 들어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 중이었다. 이는 틀린 계산이 아니었다. 그러나 팔꿈치나 어깨와 같이 장기 재활을 요하는 부상이 없다는 전제 하에 짠 플랜이다.
만약 디그롬이 팔꿈치 수술을 받는다면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는 출전할 수 없다. 올해 어느 시점 수술이 확정된다면 2024년까지는 사실상 전열에서 이탈하는 셈이다. 3년간 1억8500만 달러의 값어치를 할 수 있는 투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디그롬의 부상자 명단행에, 2481억 원의 행방이 갑자기 묘연해지고 있다. 일단 큰 부상은 아니길 바라야 하지만, 조마조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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