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승자는 뉴욕M, 2480억 TEX 에이스 '역대급 먹튀' 등극 예감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스티브 코헨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될 것을.
텍사스 레인저스 제이콥 디그롬이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각) 결국 부상자 명단(IL·Injured List)에 올랐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디그롬의 팔꿈치에 염증이 발견돼 15일짜리 IL에 등재했다"며 "팔꿈치에 염증이 생긴 이상 무리할 필요가 없다. 오늘 야구장에 나와서 괜찮다고 했다는 건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그가 올시즌 팀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감안하면 매우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앞으로 7~10일 후 다음 절차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그롬은 지난 29일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4회 투구 도중 오른팔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강판했다. 앞서 지난 18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는 4이닝 무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다 오른 손목 부상으로 교체됐다. 두 번의 조기 강판 모두 부상 예방 차원이었지만, MRI 검진 결과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돼 최소 2주 결장을 하게 된 것이다.
디그롬은 2021년 7월 부상자 명단에 오를 때도 앞팔 통증으로 교체됐다가 MRI 검진서 팔꿈치 염증이 나와 부상자 명단에 올라 남은 시즌을 접었다. 지난해에도 시즌을 앞두고 오른쪽 어깨 스트레스반응으로 IL에서 시즌을 맞았고, 이후 4개월 넘는 재활을 거쳐 8월 초가 돼서야 복귀했다. 즉 최근 2년 동안 1년 넘게 부상과 싸웠다는 얘기다.
이런 디그롬의 IL행을 먼발치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짓는 팀이 있다. 바로 디그롬의 원소속팀 뉴욕 메츠다. 디그롬은 2010년 드래프트 7라운드에서 메츠의 지명을 받고 입단해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18~2019년,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구가했고, 2019년 시즌을 앞두고는 5년 1억3750만달러에 연장계약하며 몸값까지 보장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계약 2년을 남기고 옵트아웃을 선언, FA 시장에 나와 5년 1억8500만달러(약 2480억원)에 텍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당시 메츠는 재계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애시당초 디그롬은 메츠를 떠날 생각이었다.
메츠는 3년 1억1500만달러를 오퍼했지만, 인센티브와 옵션의 비중도 높은 계약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메츠도 디그롬을 꼭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어다고 봐야 한다. ESPN에 따르면 디그롬은 메츠의 최종 오퍼를 듣지도 않고 텍사스행을 결정했다. 특히 디그롬은 지난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선수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너희들과 계약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ESPN은 전했다.
디그롬은 지난해 3월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코헨 구단주가 재활 중이던 디그롬과의 연장계약에 대해 "시즌 끝나고 생각해볼 사안"이라고 말한 직후였다. 디그롬은 어깨 부상을 입은 4월 초, 복귀를 앞둔 7월에도 입장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FA 맥스 슈어저가 역대 최초로 연봉 4000만달러 이상을 받는 조건에 메츠 유니폼을 입었다. 자존심을 자극하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자 디그롬이 결별을 결심했다는 게 정설이다.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는 지난해 12월 초 디그롬의 텍사스행이 결정된 직후 "그가 잘 되길 바란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팀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작업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8년 넘게 프랜차이즈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를 떠나 보내는 구단주 메시지로는 매우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건강을 확신할 수 없는 에이스를 차갑게 대한 메츠 구단과 이를 간판한 디그롬 사이의 신뢰는 일찌감치 깨진 상태였다.
디그롬은 올시즌 6경기에서 30⅓이닝을 던져 2승, 평균자책점 2.67, 45탈삼진을 올렸고, 텍사스는 그가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건강한 디그롬은 의심의 여지없는 현존 최고의 에이스이나, 고장이 잦은 고연봉 사이영상 투수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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