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중물가' 시대 왔나…고장난 연준 공격 긴축[미국은 지금]

김정남 2023. 5.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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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긴축에도 미 물가 '고공행진'
"저금리 저물가 시대 저물어" 관측
연준, 6월 이후 긴축 고민 커질듯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효과는 고장 났나. 연준이 1년여간 역대급 돈줄 조이기에 나섰음에도 예상을 깨고 5% 안팎에서 ‘끈적끈적한’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저물가’ 시대가 저물고 ‘중금리 중물가’ 시대가 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마냥 긴축에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어느 때보다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격 긴축을 지속하면 경기 침체는 강하게 오는 와중에 물가는 안 잡히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공격 긴축에도 물가 고공행진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대에 따르면 4월 미시건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 중간값은 4.6%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4.9%) 이후 최고치다. 사람들이 1년간 4% 후반대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연준이 지난해 3월 이후 금리를 무려 4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역대급 긴축을 펼쳤음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조사하는 1년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현재 4.7% 수준이다.

심지어 5년 기대인플레이션마저 3.0%로 전월(2.9%)보다 높아졌다. 연준 목표치를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팬데믹 기간의 재정 확대는 미국을 2%대 인플레이션 국가에서 5%대 인플레이션 국가로 만들어 놓았다”며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하기 전까지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근래 서머스 교수는 2020년대 들어서며 2010년대와는 다른 높은 중립금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연준이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보고서에서도 그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직전 월인 2월 당시 상승률(5.1%)보다 낮았다. 2021년 5월 이후 최소 폭 상승이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에너지, 식료품을 제외한 PCE 근원물가는 예상을 웃돌았다. 1년 전보다 4.6% 상승하면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4.5%)를 상회했다. 연준 통화정책 목표치(2.0%) 대비 한참 높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월가 한 금융사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4월 들어 유가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4월 물가는 근원물가뿐만 아니라 헤드라인물가 역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이번 PCE 보고서를 두고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더 끈적끈적하다”고 평가했다.

6월 이후 연준 고민 더 커질듯

또 주목할 만한 것은 개인 소득이 줄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3월 개인 소득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다. 2월(0.3%)과 비슷했다.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 상승세는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지표들도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전기 대비 1.2%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1.1%)를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1.1%)보다 오름 폭을 키웠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ECI는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고 했다.

이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장은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을 83.9%로 보고 있다.

다만 6월 이후부터는 고민의 연속일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연준이 6월 FOMC 때 추가로 25bp 더 인상해 5.25~5.50%에 이를 확률을 26.8%로 보고 있다. 그 대신 5.00~5.25%로 동결할 것이라는 베팅은 62.2%로 상대적으로 높다. 금리를 올려도 물가가 잘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경기 침체 우려까지 부쩍 커지고 있는 만큼 두 차례 이상 추가 인상은 무리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칫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일각에서 나온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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