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할땐 언제고”…‘무더기 하한가’ 터지자 발빼는 증권사들
손해 떠안을 위기에 뒤늦은 CFD 거래 중단
이복현 “증권사들 CFD 과도한 마케팅 문제”
억울한 증권사들 “CFD 미미, 사태 주범 아냐”
[이데일리 이용성 김보겸 기자] 차액결제거래(CFD)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하한가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CFD 거래의 문을 닫고 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CFD 거래 서비스가 주가조작에 활용되고,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눈덩이 피해 후 뒤늦은 증권사 거래 중단
지난달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달 27일 오후 6시부터 국내·해외주식 CFD 서비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도 5월1일부터 국내외 CFD 계좌에서의 전 종목 신규 매매를 중단한다. 지점에서 CFD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차단했다. 하나증권도 ‘하한가 사태’가 벌어진 8개 종목과 신용잔고가 높고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 대한 CFD 거래를 선별적으로 막았다. 이는 최근까지 CFD 거래에 뛰어들었던 13개 증권사들이 잇따라 거래 중단에 나서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CFD 거래에 뛰어든 것은 쏠쏠한 수수료 수입 때문이다. CFD 거래 수수료는 일반 주식 거래 수수료보다 수배 이상 높았다. CFD 거래를 증권사 최초로 도입한 교보증권의 경우 올해 기준 온라인(HTS) 기준 일반 주식 매매수수료는 0.149%다. 하지만 CFD 매매 수수료(국내 주식 온라인 기준)는 0.225%로 두 배 가까이 높다. 유진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일반 주식 매매수수료는 각 0.015%지만, CFD 매매수수료는 0.15%로 10배나 높다.
증권사는 이벤트 기간에 거래 수수료를 낮추면서 ‘고객 모시기’ 과열 경쟁에 나섰다. 증권사의 경우 고액의 수수료를 얻을 수 있고, 투자자들의 경우 원래 가격의 40%의 증거금률로 최대 2.5배의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투자 수요도 점차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CFD 잔고 총 현황은 △2019년 1조2000억원 △2020년 4조7000억원 △2021년 5조4000억원 △2022년 2조3000억원 △2023년 3조5000억원(2월말 기준)이다.
하지만 후유증은 컸다. 지난 24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고, 주가조작 세력들이 CFD 투자를 악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증권사들은 주범으로 지목되는 CFD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하고 나섰다. CFD 투자자가 손실 정산을 못 하고 개인 파산 절차를 밟아 차액 정산을 감당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손해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결과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CFD 거래를 한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로 인해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올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CFD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 927.4%로 오늘 기준으로 입금해야 하는 금액은 43억원”이라며 “내일 반대매매 주문 나간다. 오늘처럼 추가 매도 금액과 입금 금액이 늘어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는 문자 인증 글이 올라왔다.
이복현 “증권사들 CFD 과도한 마케팅 문제”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CFD 보유잔고는 2조원 수준(작년말 기준)으로 시장에 미치는 정도가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잔고 대비해 미미하다”며 “주가조작 원인을 CFD만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은 ‘증권사 과열경쟁’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전문투자자 제도란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나 리스크 분석이 가능한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음에도 증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과 인센티브 등 과열 경쟁이 있었다”며 “개별 증권사라든가 시장 자체에서 자제를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28일 35개 국내 증권사 대표·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CFD 기초자산의 위험 수준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차등화하는 등 증권사 스스로도 리스크 확산 방지에 힘써달라”며 “CFD 관련 최근 과도한 고객 유치 이벤트 운영은 최대한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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