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오의 현장+]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
한국프로골프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
글로벌 투어로 가는 이정표 제시
(MHN스포츠 김인오 기자) 이번에도 제네시스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한국을 찾은 DP월드투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다. 큰 돈을 후원했지만 요란스럽진 않았다. 조용히 그리고 든든하게 뒤를 지켰다.
지난 2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DP월드투어와 공동 주관 대회를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회를 천명하듯 '코리아 챔피언십'이라 명명했다. 2013년 발렌타인 챔피언십 이후 10년 만의 DP월드투어라 많은 관심을 모았다.
골프장, 운영 대행사, 출전 선수 등 골프 대회의 기본은 갖춰졌다. 문제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후원사가 없었다. 유럽 투어라 유럽 태생의 글로벌 기업들에게 구애를 보냈지만 나서는 곳이 없었다. 거액 후원을 결정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았다. 주관 단체는 오롯이 자신들의 예산만으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뒀다.
그 때 제네시스가 나섰다. 총상금을 포함한 운영비 전체의 약 50%를 후원했다는 후문이다. 선수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차량을 제공했고, 아쉽게 홀인원은 나오지 않았지만 선수와 캐디 둘 모두가 받을 수 있는 홀인원 경품(고급 자동차)도 내놨다.
골프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은 투여 금액 그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조용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잘 읽히지도 않고 미디어의 관심도도 떨어지는, 대회 명 마지막에 따라붙는 '프리젠티드 바이 제네시스(PRESENTED BY GENESIS)'로 만족했다. 한 대회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주관사들의 오랜 숙원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아마도 제네시스는 그 깊은 의미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제네시스는 한국프로골프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척박했던 남자골프에 생기를 넣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덕분에 한국 남자골프가 제대로 풍성해졌다. 그리고 필요할 때 항상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인연은 2016년 KPGA 코리안투어 대상 포인트와 상금 순위 후원으로 시작됐다. 2020년 계약을 연장했다. 현재는 대상 포인트 순위 상위 10명에게 총 3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1위에게는 제네시스 차량을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상 선수에게는 특전이 더 있다. 보너스 상금과 차량 부상 외에 PGA 투어와 DP월드투어 공동 주관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이 부여된다. 대상 수상자 김주형은 지난해 7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3위를 한 후 8월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했다. 재능있는 선수가 최고의 무대로 가는 첫 출발선을 제네시스가 만들어준 셈이다.
제네시스는 2017년에는 그 해 최고 상금 대회(15억원)인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창설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승자는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권이 주어진다.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주저없이 꼽는 이유다.
대회는 매년 새로운 역사를 만들 정도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약 3만 1000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방문해 '역대 최초 KPGA 코리안투어 갤러리 3만명 입장' 기록을 세웠고, 2019년에는 약 3만 8000명의 갤러리가 입장해 '역대 KPGA 코리안투어 단일 대회 최다 갤러리 방문'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도 총상금 15억원으로 변함없이 최고 상금 대회로 열린다. 10월 12일 개막하며 장소 역시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다.
코리아 챔피언십 프리젠티드 바이 제네시스는 30일 파블로 라라사발(스페인)의 초대 챔피언 등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한국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젠 제일 좋아하는 국가가 됐다"며 활짝 웃었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