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여사, ‘패션 외교’ 거부... 특징은 수수함과 재활용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국빈 만찬을 한 후 질 바이든 여사의 무심한 듯한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부인은 공식 석상에서 옷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메시지를 전하는 패션 외교를 자주 선보였지만 바이든 여사는 돋보이지 않는 패션을 일부러 선택해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 “바이든 여사의 패션 특징은 특징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일에 바이든 여사는 레바논 디자이너 림 아크라가 만든 연한 보라색 실크 드레스를 착용했다. 단순한 실루엣의 단색 드레스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한다. 백악관은 이날 국빈 만찬 때 사용되는 식탁보, 의자, 메뉴 등의 의미를 세세하게 설명했지만 바이든 여사의 의상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NYT는 “백악관 직원들이 국빈 만찬의 모든 세부 사항을 얼마나 신경 써서 선택하는지를 고려할 때 아무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바이든 여사의 패션은 매우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여사는 자신을 ‘트로피(과시용) 부인’이 아니라 옆집에 사는 듯한, 일하는 대통령 부인으로 설정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만찬장의 드레스 등 바이든 여사의 의상은 보는 이들이 ‘잘 차려입었다’고 느낀 후 다른 사안으로 빨리 넘어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패션이 지나친 화제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바이든 여사의 믿음”이라고 전했다.
입은 옷을 다시 입는 것도 ‘바이든 여사표 패션’의 특징이다. 예를 지난해 12월 조지아주를 방문했을 땐 전에도 입었던 미국 브랜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드레스를 다시 입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참석차 도쿄에 나흘간 머물렀을 때는 한 벌의 옷을 제외하고 전부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을 다시 입었다. 바이든 여사의 이 같은 패션은 ‘자기 직업이 있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정체성과도 맞아떨어진다. 보여주기식 패션보다는 실용과 편함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지역대학에서 영어 작문 교사로 일하고 있고, ‘미세스 바이든’보다는 ‘바이든 박사(Dr. Biden)’라는 호칭을 선호한다.
전통적으로 미국 영부인들은 옷을 통해 행사와 관련한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해 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전직 모델답게 화려한 패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공식 석상에 한 벌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유럽 고가 브랜드 의상을 입고 자주 등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주장과 대조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정무적 패션’의 진수를 보여준 인물로 꼽힌다. 예를 들어 그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히잡을 두르지 않고 바지를 입었다. 사우디의 여성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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