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부마항쟁문학상, 시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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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지탱하고 나아가며 발전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제신문은 2018년 부마민주항쟁 기획연재 기사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를 집중력 있게 보도했고, 항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을 제작해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공식 초청됐다.
부마항쟁문학상은 부마민주항쟁을 문학으로, 예술로 기리는 일이다.
지난해 10월 18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상상갤러리에서 열린 제3회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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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 공모 시작 예정, 예술로 민주주의 기리다
한 사회가 지탱하고 나아가며 발전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나름대로 오래 이 물음에 매달려 왔다. 기리는 마음을 떠올린다. 그 사회는 무엇을 기리는가. 그런 마음은 어떻게 현실 속에 펼쳐지는가. 이걸 뭉뚱그려 정신의 힘이라고 해두자. 기림은 정신의 한 궁극이다.
국제신문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 공동으로 올해 제4회 부마항쟁문학상을 시행한다. 두 기관의 공동 주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다. 공모와 관련한 상세한 사항은 이번 주 내 국제신문과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홈페이지에 오를 예정이다. 이 문학상은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당시 마산시였으며 지금은 창원특례시에 속함)에서 펼쳐진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문학상이다. 지역구분, 등단·미등단 구분 없이 국민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급박했던 1979년 10월의 ‘부마’로 잠깐 돌아가 보자. “국제신문 79년 10월 28일 자를 본 독자들은 오싹한 기분과 함께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면 하단 왼쪽에 ‘전면검열필(全面檢閱畢)’이란 글자가 테두리를 둘러싸고 선명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검열제도가 전면 시작됐다. 이 조치는 비단 국제신문뿐만 아니라 전 언론 방송사가 다 같이 겪는 고난이었다.”(‘국제신문 오십년사’ 중)
관련된 모든 이의 영혼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검열이야 계엄령에 따른 도입부였을 뿐이고 훨씬 크고 고통스러운 폭력이 부산과 마산의 시민을 압도했다.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이 ‘탱크를 동원해 깔아뭉개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그 시민 항쟁이 바로 부마민주항쟁이다. 이런 발상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무서운 폭력이었는데, 당시 정권의 상태로 봐선 실제 ‘깔아뭉개는’ 일은 일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때 부마가 짓밟혔다면, 민주주의가 엎어졌다면 오늘의 경제·문화강국 대한민국은 없다. 절대 있을 수 없다.
2021년 10월 18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시집 ‘부마인가요?’(우무석 정일근 엮음·남송우 해설)를 펴냈다. 이 시집에 동길산 시인은 ‘김탁돈 기자’라는 시를 썼는데 흥미롭다. 위의 ‘국제신문 오십년사’ 기록을 그대로 잇는 시이기도 하다. 일부를 옮겨본다.
“‘계엄사령부 보도실 검열 필’/그때는 그랬다/군인이 검열 필 그래야 신문이 나왔다/일간지가 나왔고 대학신문이 나왔다/‘검열 필 1979년 10월 18일’/국제신문 사진부 김탁돈 기자가 그걸 찍었다 (중략) “이 새끼! 기자면 다야!”/사진기 빼앗기고/기자의 자존심까지 몸수색 당하면서/부마항쟁을 핏빛 눈빛에 담았던 (하략)”
‘부마인가요?’는 경남과 부산의 시인, 작고 시인과 생존 시인의 작품을 아울러 부마민주항쟁에 관한 시를 모아놓은 시집이어서 두고두고 유용하고 이롭다. 내친김에 ‘부마인가요?’에서 시를 더 꺼내서 읽어본다. 권보연 시인의 ‘바람 부는 길’이다. “인적 드문 불종거리를 걷는다/42년 전 당신이 선 거리//조용히 다가와 함께 걷는 바람에게/이 길의 처음과 끝을 묻는다//(중략) 끊어진 호흡 같은 안부가/서로에게 위안이던 시간이 지나/이제 우리 여기 나란히 섰는데//(하략)”
마산과 부산을 중심으로 시민이, 민중이 떨쳐 일어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치열하게 분투했던 부마민주항쟁의 기억과 기록은 현재 다채롭게 남아 있다. 국제신문도 이 일에 힘을 꽤 보탰다. 국제신문은 2018년 부마민주항쟁 기획연재 기사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를 집중력 있게 보도했고, 항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을 제작해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공식 초청됐다. 국제신문 취재팀은 부마항쟁을 담은 책 ‘청춘의 함성 시민의 합창’(최현진 신심범 서상균)도 2021년 펴냈다.
다시 기림의 마음, 기리는 정신으로 돌아와 본다. 기림은 인간 정신 작용의 한 궁극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기릴 때 완연히 새로운 정신을 체험하며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선다. 어떤 대상을 기리는지, 또는 어떤 대상을 기리지 않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얼마나 병약한지 가늠할 수 있다. 기릴 줄 아는 사회는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부마항쟁문학상은 부마민주항쟁을 문학으로, 예술로 기리는 일이다. 시·시조를 비롯해 ▷소설 ▷아동·청소년문학 ▷수기·기록문학 부문이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성동 상상갤러리에서 열린 제3회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 기억이 생생하다. 수상자 세 사람(소설 정미경, 시 정선호, 아동문학 문부일)은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이 오늘 여기 우리 일상 속에 정의·평화·인권·민주의 가치로 꽃피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리는 마음을 간직한 작가·독자·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기원한다.
조봉권 부국장 겸 문화라이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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