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마침표가 없는 세상
하는 일의 특성상 카카오톡에서 단체 채팅방이 많은 편이다. 각 방에 올라온 모든 글을 읽을 순 없지만, 시간이 날 때면 올라온 글들을 하나씩 둘러보거나 채팅에 참여하여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이 쓰는 글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지는 건 마침표의 상실일 것이다.
문장 부호인 마침표(.)는 서술·명령·청유 따위를 나타내는 문장의 끝에 쓴다. 마침표는 문장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이자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칙으로서 문장을 구조화하고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사용된다. 책 보고서 논문 등 공식적인 글쓰기 형태에서 마침표가 빠진 문장을 쉽게 발견하기 힘든 이유이다.
물론 공식적인 글쓰기에서도 문장에 마침표를 쓰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문학적 허용이란 이름 아래 의도성을 두고 마침표를 찍지 않기도 하며, ‘~함’처럼 서술성이 있는 명사이거나, ‘~것’으로 끝나는 문장에는 마침표를 쓰지 않는 것을 허용한다. 한 문장으로 된 제목과 표어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 문장은 그 끝이 마침표 혹은 마침표를 대신할 수 있는 느낌표와 물음표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일상에서 마주하는 글에서 마침표 없는 문장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부분 핸드폰과 깊은 연관성을 둔다.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기보다 마침표가 없거나, ㅋㅋ, ㅎㅎ, ㅠㅠ, ~(물결표) 등으로 문장을 마무리 지으면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면서 문장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문장마다 마침표를 찍으면 정이 없어 보이거나 관계에 일정 선을 긋는 의미로 비치기도 하는데, 서로가 친한 관계일수록 마침표는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한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의 경우 마침표가 사회적 규칙이라 할지라도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만큼 마침표의 부재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다만 문단 혹은 문단이 모인 글의 영역에서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이란 상대와 소통하는 최적의 수단이다. 일기나 낙서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쓰는 글은 대부분 타인이 본다는 가정하에 작성되는 만큼 역지사지까지는 아닐지라도 상대를 고려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상대와 원만한 소통을 원하는 사람일수록 올바른 문장과 문자부호를 쓰려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글에서 마침표의 생략이 많을수록 글의 의미나 강조가 불분명해지고 맥락 파악이 어려워진다. 마침표가 소통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는 건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상대는 마침표가 없는 문장에 가상의 마침표를 찍어가며 글을 쓴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려 추가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마침표를 찍는 사소한 행위만으로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해와 배려는 상대에 대한 공감에서 기반 되는 만큼 마침표의 부재는 현시대의 공감력 이슈와 일정 연관성을 둔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사회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지속해서 발생함으로써 공감의 영역이 더욱 중요해진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감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기에 소통의 질을 높임으로써 상대와의 관계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각종 연구에서 사람들의 공감력은 지속해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학자들은 개인의 다양한 노력으로 공감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그러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마침표의 올바른 사용을 권하고 싶다.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글에서 마침표를 쓰지 않는 문장이 많아서 수정을 이야기했더니 “우리 엄마도 마침표 안 쓰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이해와 배려 같은 가치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올바른 글, 더 나아가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마침표를 제대로 써야 하는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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