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첨단조선기자재 시험지원으로 수출길 열어야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달까지 13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수출로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의 대외 경제구조를 생각하면 꽤나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조선기자재기업들은 지난 10여 년 계속된 조선 불경기 동안 선박 수주가 줄어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겨우 버텨 왔다. 최근 수주가 늘어 일감은 많아졌으나 투자 여력은 완전히 소진된 상태이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정상적인 공장 가동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조선 1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조선기자재 제품의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왔다. 이제부터는 직접수출을 늘려나가기 위한 해외 신규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국내시장을 발판으로 직수출 가능한 틈새시장을 발굴해 국내 조선수주량이 또 줄어들더라도 해외직수출로 기자재 생산과 공급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 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이 변수가 아닌 상수이듯 조선기자재산업 역시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되지 않은 제품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선박에서도 이전 기계 중심의 기자재에서 현재의 고속 5G 통신기술과 ICT융합기술, 고출력 고전압 전력기술, 정밀 센서기술, 디지털기술, 통합 시스템 기술 등 다양하고 첨단화된 전기전자기자재시스템으로 변하는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 실기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이 기술개발과 병행해 개발된 제품에 대해 시험평가와 인증서비스를 해 줄 수 있는 ‘친환경 스마트선박 기자재 전기전자시험인증센터’를 빨리 구축하는 일이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에 새롭게 구축되는 전기전자시험인증센터는 전동화하는 첨단 선박기자재뿐만 아니라 수산기자재나 극한지에서 사용되는 극지용 기자재도 같이 시험서비스 가능한 국내 유일한 시험시설이 될 것이다.
우리의 앞선 기자재산업과 ICT기술이 융합된 한국형 첨단 ‘K-조선기자재’가 완성되면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가장 먼저 눈 여겨 볼 시장이 중동이다. 걸프협력회의(GCC)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로 구성되는 페르시아만 인근 아랍국가의 국제경제협력체이다. 이들 국가는 천연가스와 석유로 벌어들인 엄청난 재원을 이용, 자국의 생산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수입규제정책으로 현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GCC의 맹주국인 사우디는 동부지역에 IMI조선소를 비롯한 조선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있어 바야흐로 중동지역의 조선산업이 본격 개시되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건조는 후방 산업인 조선기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없이는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기에 작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조선기자재 산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중동이 중요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기자재 기업의 사우디 진입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의 정치·문화적 특색에 대한 이해와 시장 진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데다 국내 공급에 익숙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해외 판매망을 뚫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은 정부 지원으로 중동지역에 수출거점을 구축했다. KOMERI도 수출지향적 기술개발과 맞춤형 시험인증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러시아-이란-인도 철도물류망 구축으로 카스피해 주변 국가들의 지리적 접근성도 높아진 만큼 우리나라 조선기자재 기업에게는 동남아 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국제적 환경규제를 지렛대 삼아 정부는 과감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기업은 첨단기자재로의 시장다변화를, 지원기관은 전기전자화된 첨단기자재를 시험평가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전 방위적 지원으로 K-조선기자재가 중동지역 시장 진출을 비롯, 세계 곳곳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수출 확대로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널리 알려 초격차 조선기자재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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