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깨어있는가?

경기일보 2023. 5.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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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장

깨어 있어야 할 이유로 성서에서는 집주인이 언제 어디서 와서 볼지 몰라서(마가 13:33-37), 다른 이들과 같이 자지 말고 오직 깨어 정신을 차릴지라(데살로니카 5:6) 같은 말들이 나온다. 저마다 타고난 신분이 있어 그 신분대로 살기만 하던 때인데도 깨어 있기가 저렇게 중요했나 보다.

이제 한 가지 일만 하면서 평생을 보내는 일도 거의 사라져 버렸다. 졸음운전처럼 한 사람이 깨어 있지 않은 게 그 사람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구촌에서는 한 나라의 일이 그 나라만의 일로 끝나지도 않는다. 싸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지만 그 여파는 지구 곳곳에 다 미쳐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의 사정은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깨어 있어야 한다는 건 자기 책임을 진정으로, 제대로 다해야 한다는 의미란 건 여전히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길을 잃기도 하고 그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늘 반복되다시피 한다. 그래서 늘 깨어 있지 않으면 자기의 원래 위치를 찾지 못해 돌아가기가 힘들 때가 많다. 특히 똑같이 반복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선순환에 들려면 반드시 깨어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제대로 깨어 있지 않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지쳤고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모르고 또 나쁜 습관에 빠졌다는 사실마저 모를 때가 많다. 깨인 눈으로 과거에 어떻게 행동해 왔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 과거의 행동과 지금의 행동이 어떤 관계인지 살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이 진정 원하는 것인지,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맑은 정신으로 깨어 따져봐야 한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옳고, 내가 하는 행동만 옳다고 알았으리라. 상대 생각과 행동도 그 맥락에서는 올바를 수 있다는 걸 영영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그전까지 답답하고 심지어 울화가 치밀던 일들이 결국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맥락에서만 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이 주관적인 일이 돼 버린다. 적어도 깬 눈으로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려고 노력해야만 주관적 혹은 서로 주관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어떤 사람이 원래부터 나쁘거나 좋거나 하는 건 없다. 그 사람과 나와의 인연이 나쁘거나 좋거나 할 뿐이다. 악한 사람도 나를 구해주는 은인으로 만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좋은 사람이라도 길을 가다가 내 어깨를 치고 가면 나쁜 사람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생긴 문제를 풀어갈 때 왜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까라고 기대하면 그것은 절대 풀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아닌 나의 요구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깨달았다고 해도 관계 속에 불편함이 남아 있다면 아직 그 깨달음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 깨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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