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손 떨려 왼손 총잡이로 꿰뚫겠다, 운명도 亞경기 金도
청주=강동웅 기자 2023. 5. 1. 03:01
10m 공기권총 이원호의 시련과 도전
잘나갈 때 원인 모를 오른손 떨림… 총 놓으려다 “왼손으로 쏴보자”
왼눈-왼쪽 자세 쉽지 않은 변신… 이 악물고 훈련해 1위로 태극마크
잘나갈 때 원인 모를 오른손 떨림… 총 놓으려다 “왼손으로 쏴보자”
왼눈-왼쪽 자세 쉽지 않은 변신… 이 악물고 훈련해 1위로 태극마크
“쟤 총을 왜 저렇게 쏴?”
대통령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가 열린 2017년 9월 전남 나주사격장 관중석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당시 부산체육고 3학년 이원호(24·KB국민은행)는 조용한 사격장에서 이 소리를 듣고는 속이 상했다. 하필 이원호의 부모가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사격장을 찾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원호는 계속 ‘저렇게’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해결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원호는 이날 경기 내내 총을 든 오른손을 떨었다. 그해 초부터 시작된 원인 모를 증상이었다. 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잡으면 손부터 팔꿈치, 어깨를 타고 목, 얼굴 근육까지 떨렸다. 10m 거리에서 샤프심 굵기인 0.5mm 표적을 조준하는 공기권총 사격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었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봤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팀 훈련장인 청주종합사격장에서 만난 이원호는 “대회가 끝나면 그날 바로 사격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모님 앞에서 관중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이대로는 못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사격을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이원호는 어렸을 적 신문에서 대통령 경호원의 사진을 보면서 권총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부산 온천중 1학년이던 2012년 교내 사격부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매일 10발씩 격발 체험 활동을 하며 사격에 재미를 붙였다. 결국 그는 정장 대신 유니폼을 입고 권총을 드는 사격 선수로 꿈을 선회했다.
이원호는 사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남자 중등부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사격 신동’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부산체육고 2학년이던 2016년에는 봉황기, 한화회장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등 3개 전국대회에서 1위를 휩쓸었고, 국제대회인 동아시아 유스 공기총사격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렇게 자신감이 무르익던 중 떨림 증상이 찾아오자 좌절감도 더욱 컸다.
이원호는 동명대 진학 후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2년가량 방황했다. 이때 권영희 동명대 감독(47)이 그에게 ‘꿈같은’ 소리를 했다. “왼손으로 총을 쏴보자”는 제안이었다. 권 감독은 온천중에서 이원호에게 처음 사격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했다.
총을 쏘는 손을 바꾸는 건 그저 총을 반대 손으로 바꿔 잡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른손잡이는 보통 주시(主視)도 오른쪽 눈이다. 총을 왼손으로 들면 과녁도 왼쪽 눈으로 봐야 한다. 또 사격 자세를 반대로 바꾸면 이전까지 쓰지 않던 근육을 써야 해 몸을 밑바닥부터 다시 새롭게 만드는 과정도 필요했다.
이원호는 권총 무게(1.5kg)의 두 배인 3kg짜리 아령을 활용해 사격 준비 자세를 하듯 들어 올린 뒤 1분을 버티고 다시 1분을 쉬어가는 방식으로 매일 2, 3시간씩 훈련했다. 자신을 “부지런하지 못한 편”이라고 평가하는 이원호는 “그때만큼은 살면서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기간이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즐겨 했던 1인칭 총쏘기 게임(FPS) ‘서든어택’에서도 총을 왼손으로 드는 스타일로 바꿨다”며 웃었다.
권 감독은 “재능이 워낙 좋은 친구인 걸 아는데 이대로 사격을 그만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총 쏘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손을 바꿔 총을 들 때 목의 각도 등을 잡아주면 될 것 같았다”면서 “지도자 생활하며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이)원호가 왼손에 너무 빠르게 적응해 ‘주손’을 바꿔보자 권했던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원호는 손을 바꿔 훈련을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인 2019년 6월 봉황기에서 개인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반이던 2021년 10월 대한사격연맹 회장기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마침내 정상으로 복귀했다. 이원호는 3월 20∼24일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1∼4차 시기 평균 58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원호는 “아시아경기 첫 출전이 기대된다. 평소 정신력이 강하고 생각도 단순한 편이라 큰 대회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선발전을 하기 전부터 아시아경기에 나서면 ‘어차피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꼭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대통령경호처장기 전국사격대회가 열린 2017년 9월 전남 나주사격장 관중석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당시 부산체육고 3학년 이원호(24·KB국민은행)는 조용한 사격장에서 이 소리를 듣고는 속이 상했다. 하필 이원호의 부모가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사격장을 찾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원호는 계속 ‘저렇게’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해결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원호는 이날 경기 내내 총을 든 오른손을 떨었다. 그해 초부터 시작된 원인 모를 증상이었다. 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잡으면 손부터 팔꿈치, 어깨를 타고 목, 얼굴 근육까지 떨렸다. 10m 거리에서 샤프심 굵기인 0.5mm 표적을 조준하는 공기권총 사격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었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봤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팀 훈련장인 청주종합사격장에서 만난 이원호는 “대회가 끝나면 그날 바로 사격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부모님 앞에서 관중에게 그런 소리를 들으니 ‘이대로는 못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를 악물고 사격을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이원호는 어렸을 적 신문에서 대통령 경호원의 사진을 보면서 권총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부산 온천중 1학년이던 2012년 교내 사격부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매일 10발씩 격발 체험 활동을 하며 사격에 재미를 붙였다. 결국 그는 정장 대신 유니폼을 입고 권총을 드는 사격 선수로 꿈을 선회했다.
이원호는 사격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남자 중등부 공기권총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사격 신동’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부산체육고 2학년이던 2016년에는 봉황기, 한화회장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등 3개 전국대회에서 1위를 휩쓸었고, 국제대회인 동아시아 유스 공기총사격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렇게 자신감이 무르익던 중 떨림 증상이 찾아오자 좌절감도 더욱 컸다.
이원호는 동명대 진학 후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2년가량 방황했다. 이때 권영희 동명대 감독(47)이 그에게 ‘꿈같은’ 소리를 했다. “왼손으로 총을 쏴보자”는 제안이었다. 권 감독은 온천중에서 이원호에게 처음 사격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했다.
총을 쏘는 손을 바꾸는 건 그저 총을 반대 손으로 바꿔 잡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른손잡이는 보통 주시(主視)도 오른쪽 눈이다. 총을 왼손으로 들면 과녁도 왼쪽 눈으로 봐야 한다. 또 사격 자세를 반대로 바꾸면 이전까지 쓰지 않던 근육을 써야 해 몸을 밑바닥부터 다시 새롭게 만드는 과정도 필요했다.
이원호는 권총 무게(1.5kg)의 두 배인 3kg짜리 아령을 활용해 사격 준비 자세를 하듯 들어 올린 뒤 1분을 버티고 다시 1분을 쉬어가는 방식으로 매일 2, 3시간씩 훈련했다. 자신을 “부지런하지 못한 편”이라고 평가하는 이원호는 “그때만큼은 살면서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기간이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즐겨 했던 1인칭 총쏘기 게임(FPS) ‘서든어택’에서도 총을 왼손으로 드는 스타일로 바꿨다”며 웃었다.
권 감독은 “재능이 워낙 좋은 친구인 걸 아는데 이대로 사격을 그만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총 쏘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손을 바꿔 총을 들 때 목의 각도 등을 잡아주면 될 것 같았다”면서 “지도자 생활하며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이)원호가 왼손에 너무 빠르게 적응해 ‘주손’을 바꿔보자 권했던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원호는 손을 바꿔 훈련을 시작한 지 약 6개월 만인 2019년 6월 봉황기에서 개인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반이던 2021년 10월 대한사격연맹 회장기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며 마침내 정상으로 복귀했다. 이원호는 3월 20∼24일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1∼4차 시기 평균 58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원호는 “아시아경기 첫 출전이 기대된다. 평소 정신력이 강하고 생각도 단순한 편이라 큰 대회에 대한 부담은 없다”며 “선발전을 하기 전부터 아시아경기에 나서면 ‘어차피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꼭 금메달을 따오겠다”고 다짐했다.
청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 신설 검토
- [정용관 칼럼]‘톈안먼 망루’ 박근혜, ‘혼밥’ 문재인, 尹 중국 전략은 뭔가
- 7, 8일 방한 가닥 기시다, ‘과거사 사죄-반성’ 밝힐지 주목
- [단독]檢, 송영길 압수수색 영장에 돈봉투 살포 혐의 ‘공범’ 적시
- [단독]“최문순, 송영길 측근 소개로 인천서 ‘건축왕’ 만나 사업 권유”
- [단독]“주가조작일당, 투자자 몰래 계좌 만들어 멋대로 매매”… 피해 키워
- ‘퍼스트리퍼블릭’ 파산… 美 은행 올들어 4번째
- 1인당GDP 18년만에 대만에 추월당했다
- “활기 되찾은 韓美 70년 동맹, 이젠 함께 행동해야 할 때”
- “월북의 꿈이 자란다” 北유튜브에 찬양 댓글 버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