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비영리 민간문화단체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하늘 아래 땅 위에 살고 있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며 여러 사람이 어우러져 산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민간문화단체는 ‘지역사랑·문화사랑·인간사랑’을 추구한다. 부산이든 광주든 인천이든 자신이 사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거기서 피어나는 문화예술을 함께 누리며 서로 사랑하자는 뜻으로 모여, 삼십 년을 지내왔다.
활동이 왕성하던 때는 지역의 중요한 문화 현안에 대한 포럼을 통해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며 시민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도서관 살리기 운동, 문화의 거리 만들기, 근대문화유산 보존 운동, 지역답사 등 수 백회의 전시나 공연, 교육 활동을 해왔다.
단체의 초창기엔 인천의 문화인프라도 부족하고 시민의 문화적 갈증도 크던 터라, 무엇보다 문화가 중요하다는 외침은 주목받았고 NGO로서의 긍지도 뒤따랐다. 비영리단체의 소명을 다소 행한 후 나뭇잎 지는 소리도 있었지만, 정치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는 탓에 규모가 크진 않아도 활동이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 몇십 년의 시대 흐름을 보면, 교육·문화·노동·의료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사회·문화복지에 대한 결핍이 점진적으로 채워졌다. 병행해서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등 제 분야의 NGO 역할도 활성화되며, 더불어 국가 지원금과 보조금도 채워졌다. 메마른 땅이 축여지자 일부 기금에만 몰입해 타성적으로 되는 단체도 생겨났고, 일부 정치세력에 편승하고 휘둘려 민관 협력의 조화를 스스로 깨기도 했다.
어쨌든 이제 한국은 BTS나 오징어 게임 등 한류를 수출하는 역량을 지니게 됐다. 인프라도 증진되고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됐으니, 지원금까지 받는 문화단체원에는 여가 선용 및 자아실현은 물론 진일보한 사회적 봉사도 요청된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단체에선 정규교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인천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대한 학생·시민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학교 특별활동 시간의 문화유산교육은 활동가에겐 놀이터이며 일터이기도 하다. 민관의 적절한 협력은 사회적 기여를 높이고 참여자의 자기 성취도 만들 수 있다. 행사 때마다 기꺼이 현수막을 걸고 안내를 자처하는 은퇴한 봉사자와 뒤따르는 젊은이가 아직 있는 한, 움직임은 어디서든 이어질 것이다. 낙엽이든 새싹이든 모든 것은 자연의 이치대로 가지 않겠는가.
한때 지역을 외쳤으니 찬찬히 개인의 삶을 돌아보는 것도 소명이다. 우리가 주변을 닮는 것은 숙명이며, 그래서 우리는 지역의, 지구의, 우주의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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