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애증의 한중관계
중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중국 행보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중국이 타키투스의 함정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일찍이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타키투스는 그의 저서 ‘타키투스의 역사’에서 “황제가 한 번 사람들의 원한의 대상이 되면 그가 하는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시민의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타키투스의 이 말은 훗날 ‘타키투스의 함정(Tacitus Trap)’으로 불리며 국가나 위정자의 말과 행동이 신뢰를 잃으면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모두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됐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극복 과정에서 확진자 정보에 대한 불신과 지역 봉쇄 등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지역 봉쇄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와 불편이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타키투스의 함정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중국 정부의 행태는 국제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신냉전 질서가 형성되면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듯한 중국의 입장에 대해 주변국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최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모든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 냉전적 사고에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그동안 중국이 주변국에 가한 위협과 언행 불일치로 인해 국제사회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대외 상품 무역 규모가 급증해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 및 외환보유액을 달성하면서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했다. 또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중국의 명목 국민총생산(GDP·4천920억달러)은 한국(3천560억달러)의 1.4배에 불과했지만 약 30년이 지난 2022년 중국 명목 GDP(18조3천212억달러)는 한국(1조7천342억달러)의 10.7배로 경제 규모가 확대됐다.
그러나 최근 한중 양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2016년 7월 사드 배치계획이 발표된 이후 한중관계는 암흑기로 접어들게 됐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더 나아가 중국에 진출에 있는 한국 유통기업에 대한 영업정지 등 경제적 보복 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왕래마저 차단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방역 강화 조치를 빌미로 다시 한번 우리 국민과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중국의 일방통행식 대외정책은 반중(反中) 정서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평가다.
지금 중국은 국가잠재력이 무섭게 성장하는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중국이 커진 경제력이나 군사력을 이웃 국가를 압박하는 데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면 그것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패권국가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중국이 이른바 전랑외교를 통해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당과 국가에 대한 지지와 충성을 유도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동참하는 국가들을 압박하는 모습은 글로벌 리더로서 중국의 위상을 약화시킬 뿐이다.
한중 양국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이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반드시 시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만초손 겸수익(滿招損 謙受益·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이라고 했다. 중국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웃 국가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상호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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