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현실속 길어올린 기쁨… 푸른색을 사랑한 화가 뒤피展

이지윤 기자 2023. 5.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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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이 주는 자유로움에 평생 빠져 살았던 화가가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 르 아브르에서 태어나 "바다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한 라울 뒤피(1877∼1953)는 모차르트의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화폭에 바닷가를 담았다.

전시 총괄 큐레이터인 에리크 블랑슈고르주 트루아 미술관장 겸 프랑스 공공미술관 큐레이터 협회장은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수채화와 의상 디자인 등 뒤피의 걸작을 한데 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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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기 맞아 국내 첫 회고전… 서울 예술의전당서 내일 개막
20세기 佛 아방가르드 미술 거장, 스케치 넘나드는 화려한 채색 특징
유화-수채화 등 180여점 전시
국내 첫 공개 ‘전기의 요정’ 백미… 배우 박보검, 오디오 도슨트 녹음
푸른색이 주는 자유로움에 평생 빠져 살았던 화가가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항구 도시 르 아브르에서 태어나 “바다와 떨어져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한 라울 뒤피(1877∼1953)는 모차르트의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화폭에 바닷가를 담았다. 가뿐한 붓터치로 낳은 푸른 파도는 햇빛에 부서지는 물결 모양이었다가, 바람에 넘실대는 모자 모양으로 표현됐다. 장 콕토, 기욤 아폴리네르 등과 작업하며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뒤피는 195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회화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반열에 오른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전이 2일 개막한다. 뒤피의 70주기를 맞아 열리는 국내 첫 회고전이다. 프랑스 니스 시립미술관과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에드몽 헨라드 컬렉션이 소장한 주요 작품 18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유화와 수채화, 드로잉 등 원작 160여 점과 뒤피의 패턴으로 만든 드레스 17벌 등으로 구성돼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 총괄 큐레이터인 에리크 블랑슈고르주 트루아 미술관장 겸 프랑스 공공미술관 큐레이터 협회장은 “해외 유명 미술관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수채화와 의상 디자인 등 뒤피의 걸작을 한데 모았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초상, 바다와 여러 곳을 담은 풍경화, 음악과 문학 등 뒤피가 좋아했던 11개의 주제별로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동선을 따라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뒤피의 낙천적인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뒤피는 제1·2차 세계대전 등 잿빛 현실 속에서도 알록달록한 기쁨을 길어 올린 화가로 유명하다. 생전 “내 눈은 못난 것을 지우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던 그의 작품은 스케치 선을 넘나드는 화려한 채색이 발랄함을 더한다.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년). 뒤피는 “푸른색은 고유의 개성을 간직한 유일한 색”이라고 했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마지막 전시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년)은 푸른색과 아라베스크식 곡선, 축제를 향한 뒤피의 애정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정예경 음악감독이 선곡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작품 앞에 서면 청량감 있는 바람이 스치는 것 같다.

‘전기의 요정’ 석판화(1954∼1956년) 연작 10번 중 1번. 오른쪽 위 천사 모습을 한 ‘전기의 요정’ 알레고리가 파리를 밝히고 있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뒤피의 대표작 ‘전기의 요정’ 석판화 연작 10점은 이번 전시의 백미다. 전기의 역사와 전기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표현한 ‘전기의 요정’은 벽화와 석판화로 총 두 번 제작됐다. 1937년 파리 국제 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제작된 벽화가 첫 번째이며,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건 그 두 번째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제작한 석판화 연작으로, 당시 385점만 인쇄됐다. ‘전기의 요정’ 벽화 작품은 전시장 내 미디어 아트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에밀리엔 뒤피의 초상’(1930년). 뒤피는 손을 중시해 실제보다 크게 그렸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제공
뒤피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는 1930년대 제작된 ‘에밀리엔 뒤피의 초상’도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에밀리엔 뒤피는 뒤피의 부인으로, 그의 작품 3분의 2를 미술관에 기증했다. 조한 린드스커그 니스시립미술관장은 “모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에밀리엔은 뒤피의 직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뒤피는 ‘코르셋 없는 드레스’ 등 당대 혁신적 패션을 이끌었던 폴 푸아레와 협업해 18년간 1000여 가지 직물 디자인을 생산했다. 7번째 전시공간에선 뒤피의 직물 작품들을 입힌 마네킹을 두 줄로 설치해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 박보검이 오디오 도슨트 녹음을 맡았다.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바이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국내 ‘1호 전업 도슨트’로 불리는 김찬용을 비롯해 이남일, 심성아, 권세연 등 유명 도슨트들이 대거 참여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9월 10일까지. 1만2000∼1만8000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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